방과후학교 신청하러 PC방 가는 학부모들… 남양주 다산신도시 B초교 ‘선착순vs추첨’ 전쟁

“방과후학교를 실시하는 많은 학교들이 ‘추첨제’로 진행하는데 우리 학교만 ‘선착순’으로 돌아왔습니다. 부모들은 저녁에 PC방 가랴 스마트폰 2개씩 쥐고 있으랴 정신이 없어요”.

남양주의 한 초등학교를 다니는 자녀를 둔 A씨는 최근 학교로부터 방과후학교 수강신청 안내문을 받고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선착순’으로 방과후학교 참여자를 모집한 이 학교는 하반기 학부모 반발에 부딪혀 ‘추첨제’로 변경했는데, 올해 다시 별다른 공지 없이 ‘선착순’으로 다시 방법을 바꿨기 때문이다.

A씨는 “작년 초에 몇 학부모가 수강신청을 위해 초고속인터넷망이 구축된 집 근처 PC방에 갔다. 또 아이가 2명 이상이거나 밤늦게까지 맞벌이를 하는 집은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각각 붙잡는 꼴이었다”며 “이게 ‘아이들의 다양한 교육을 위한 길이 맞느냐’는 분위기가 생겨 학교에 관련 의견을 전했고, 학교에서도 하반기에 추첨 방식으로 바꿨는데 올해 다시 선착순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는 “학교에선 추첨제가 번거롭고, 추첨 결과에 수긍하지 않는 학부모가 더욱 많았다고 하는데 사실상 교사들이 편하려고 그런 것 같다”며 “아무리 번거로워도 인기 많은 과목은 공정하게 추첨을 하는 게 아이들 교육을 위한 길이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남양주 다산신도시의 한 초등학교가 2020학년도 방과후학교 수강신청을 선착순제로 진행하기로 한 데 대해 일부 학부모가 반발하고 있다.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방과후학교는 정규 수업이 끝난 시간에 다양한 특기적성 과목을 배울 수 있는 교육과정을 말한다. 일반 학원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음악ㆍ미술ㆍ요리ㆍ축구ㆍ종이접기ㆍ한자 등 다양한 분야를 배울 수 있어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편이다.

하지만 방과후학교 신청 방법이 ‘학교장’ 권한에 달려있다 보니 수강신청 기간마다 학부모들은 여러 학교를 비교하며 ‘선착순vs추첨제’ 전쟁을 펼치는 중이다.

실제 남양주 B초등학교의 경우 오는 24일 오후 8시 시작되는 방과후학교 수강신청을 두고 왈가왈부 목소리가 나온다.

총 53학급을 수용할 수 있는 신도시 과밀학급 B초교는 코디마스터(문자메시지를 통한 모바일 신청) 주소를 통해 강좌 신청을 받고, 선착순으로 학생을 선정키로 했다. 가장 최근에 치러진 수강신청에선 추첨제로 학생을 선정했지만 올해부터 다시 선착순 형태로 변경한 것이다.

이에 A씨와 같은 일부 학부모가 공정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자 B초교 관계자는 “모두가 만족할 순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하지만 학교 차원에선 최선의 노력을 했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추첨제로 진행했을 때 추첨 과정이 1~4차에 걸쳐 치러져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았고, 또 선착순으로 바꿔달라는 역민원이 더욱 많았다”며 “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침은 물론 경기도교육청에도 이러한 상황을 설명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 방과후학교 종합지원센터 관계자는 “방과후학교 수강신청 방식은 학교장이 학교 상황에 따라 결정하게 돼 있어 선착순이나 추첨제 둘 중 무엇이 낫다고 말하긴 어렵다”며 “운영위 등 관련 절차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을 경우 등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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