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광훈 목사 등 ‘지금 제정신인가’ / 코로나 공포 속, 성조기 집회 강행

코로나19 공포가 전국을 휩쓸고 있다. 확진자가 급증하고, 사망자도 이어지고 있다. 길거리는 텅 비었고, 대중교통은 한산하다. 온 국민이 공포에 떨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22, 23일 광화문 광장에서 이뤄진 범투본(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집회다. 집회를 주도하는 이는 전광훈 목사다. 서울시가 집회 중단을 요청했지만 막무가내다.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지지자들이 광장을 가득 메웠다.

국민을 아연실색하게 만드는 건 전 목사의 발언들이다. 전 목사는 “설령 이 자리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돼 내 생명 끝난다 하더라도 우리는 조국 대한민국을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주에도 집회를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참가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삼겠다는 섬뜩한 얘기다. 거짓 선동도 일삼는다. “임상적으로 확인된 바에 따르면 야외에서는 감염된 사실이 전혀 없었다”고도 했다. 물론 근거 없는 거짓말이다.

종교계를 향한 독설도 서슴지 않는다. “대구 목사님들, 정부가 예배하지 말라고 해서 그렇게 하는 당신들이 목사들이야, 정신 나간 거냐”고 비난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대구 신천지 교회가 온상이다. 그러자 대구 지역 교회들이 일요일 예배 금지를 결정했다. 이를 결정한 목사들을 향해 폭언을 퍼부은 것이다. 예배 자제는 대구뿐 아니라 전국적 현상이다. 신도와 국민 건강을 위한 결정이다. 종교계 전체를 모욕한 것이다.

분위기 파악 못 하는 성조기(星條旗) 깃발도 분노를 더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한국 영화 ‘기생충’을 폄훼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각) 라스베이거스 집회에서는 욕설까지 퍼부었다. “빌어먹을(freaking) 영화로 아카데미 상을 탔다”며 대한민국을 모독했다. 국민적 분노가 한계에 달하고 있다. 이런 데도 전광훈 목사의 집회에는 여전히 성조기가 휘날리고 있다. 22, 23일 집회에도 대형 성조기 수십 개가 등장했다.

이쯤 되면 전 목사의 속내를 의심하게 된다. 종교적 신념 또는 정치적 확신이 아니라 본인을 위한 집회 강행 아니냐는 추론이다. 그에게 고발되어 있는 죄명은 많다. 내란 선동, 기부금품법, 정치자금법,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다. 코로나 정국에서의 고발 이전에 입건된 죄명이다. 어떤 형태로든 사법처리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 목사가 이런 개인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22일 수원의 대표적인 교회인 수원제일교회에서 안내문을 발송했다. ‘현재 코로나19 확진자는 없지만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시민과 성도님들의 건강과 사회의 안전을 위해서 아래와 같이 결정합니다’라며 교회 폐쇄를 통고했다. 전 목사의 논리대로면 수원제일교회가 정부에 놀아난 것인가. 수원제일교회 목사가 정신 나간 것인가. 아주 많은 신도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정신 나간 건 전광훈 목사와 그 옆 정치인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지금 정부의 방역정책 실패만으로도 충분히 불안하다. 제발 사회적 공포를 가중시키는 자의적 망동을 멈추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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