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장갑만 착용, 시설서 근무
확진자 발생시 ‘도청 셧다운’ 우려
경기도가 신천지 신도 중심의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공무원을 관련 시설에 배치한 가운데 감염병 내부 확산에 대한 공직사회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불안감 속에서 단순 증상만으로 연차휴가ㆍ조퇴를 내는 등 이탈 인원이 발생하고, 내부 확진자에 따른 셧다운(업무 정지)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공포감은 고조되고 있다.
25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청 직원들은 지난 24일부터 신천지 복음방ㆍ센터 등 관련 시설 353곳에서 강제폐쇄를 감시하고 있다. 앞서 이재명 도지사는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긴급행정명령(신천지 종교시설에 대한 강제봉쇄 및 집회 금지) 시행을 선언한 바 있다.
이에 도청 직원 1명, 시설 소재 시ㆍ군 직원 1명 등 2인1조가 시설에서 근무한다. 첫날 강제폐쇄 안내문을 대문에 붙인 이후 하루 최소 4회 이상(오전 2회, 오후 2회) 시설을 순회하는 게 임무다. 다만 협조 여부에 따라 상주 근무도 고려되고 있다. 이들에게는 방역 보호구로 마스크와 손장갑이 제공됐다. 5급 이하(도청만 4천여 명) 직원들이 근무조로 편성됐으며, 업무 여건에 따라 순환 근무를 서는 만큼 14일간 수백에서 수천 명의 직원이 신천지 시설을 다녀갈 것으로 예측된다.
문제는 코로나19에 대한 전 국민적 공포감이 공직자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점이다. 아울러 이날 도청 남부청과 북부청에서 각 1명씩 총 2명이 발열ㆍ기침 증세로 코로나19 검사까지 받으며,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이들은 이날 오후 음성 판정을 받았다. 또한 전날 신천지 시설을 찾은 복수의 직원들이 발현된 감기 증세로 연차ㆍ조퇴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도청 직원 중에서 신천지 신도가 상당수 있다는 괴소문도 내부에서 공유, 이들의 두려움은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재 순환 근무 체계에서 전날 신천지 시설을 방문한 직원이 다음날 정상 업무를 수행, 확진자라도 발생 시 도청 업무가 마비되는 최악의 사태까지 우려된다.
도청 공무원 A씨는 “국가적 재난 속에서 사명감을 갖고 현장에 나서고 있긴 하지만 솔직히 많이 두렵다. 마스크ㆍ장갑을 착용하고 있음에도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이고, 가족들 걱정도 된다”며 “직원들이 의심 증상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코로나19 관련 괴소문들이 나돌아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공직자들의 불안감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도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공직자들이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생명을 구하기 위해 불길로 뛰어드는 소방관처럼 공직자의 사명감을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이호준ㆍ여승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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