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封鎖)의 사전적 의미는 ‘굳게 막아 버리거나 잠금’ 또는 ‘전시나 평시에 해군력으로써 상대국의 연안과 항구의 교통을 차단하는 일’이다. 대구 경북 지역 봉쇄 정책이라면 ‘대구 경북 지역을 굳게 막아버리거나 잠금’이란 의미가 된다. 특정 지역을 봉쇄한다는 것은 국가적 차원의 비상수단이 수반돼야 한다. 25일 하루 봉쇄로 볼만한 조짐은 정부, 대구ㆍ경북 어디에서도 안 보였다. 냉정히 볼 때 언어 선택의 실수였다고 본다.
파문의 시작은 정부 여당이다. 그것도 고위 당·정·청 협의회의 공식 발표문이다. “대구ㆍ경북 지역은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통상의 차단조치를 넘는 최대한의 봉쇄 정책을 시행하겠다.” 문구만으로 보면 분명히 대구 경북 봉쇄다. 지역의 분노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 경북 선대위원장인 김부겸 의원의 말 한마디다. “봉쇄? 대구·경북 시민들 마음에 비수가 꽂혔다.” 오죽하면 이런 표현이 나왔겠나.
여기엔 정부ㆍ방역 당국 시각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신천지가 등장한 이후 보여준 당국의 태도다. 전염 확산의 추이를 대구 경북 중심으로 설명해왔다. 타지역 확진자도 대구 경북 방문 여부를 부각했다. 대구 경북 청도 대남 병원 등이 감염 정국의 화두로 등장했다. 코로나19의 발생 지역은 중국 우한이다. 어떤 경로로든 중국에서 대구 경북으로 유입됐을 질병이다. 대구 경북이야말로 방역 실패의 최대 피해지역이 명백하다.
그런데도 방역 당국의 발표는 대구 경북을 중심으로 설명되고 있다. 중국에서의 대구 경북 유입 역학에 대해서는 정확히 발표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신천지라는 종교 집단까지 부각되고 있다. 사회 전반에 파장력이 큰 ‘이단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화두다. 이런 불신이 당·정·청의 봉쇄 발언 이후 분노로 바뀐 것이다. 인터넷에 많은 의견 중에도 이런 정부 정책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많다. ‘중국 안 막고 TK만 막느냐’는 원망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진화에 나섰다. “지역 봉쇄가 아니라 확산 차단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대구를 직접 찾아 지역민을 위로하고 방역을 진두지휘했다. 그런데도 여론은 잠잠해지지 않는다. 기저에 깔려 있던 불신이 크기 때문이다. 있을 수 없는 실수를 했다. 표현 실수로 덮을 일이 아니다. 당·정·청 차원의 사과가 있어야 하고, 직접 책임자에 대한 문책이 따라야 한다. 정부가 코로나19 감염 정국을 계속 끌고 가려면 이런 정도의 반성이라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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