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화는 작가의 머릿 속 상상, 관념, 추구하는 이상향 등을 그림이나 조각 등으로 형상화 해 대중 앞에 서는 장르다. 여기서 대중들은 작가가 무엇을 형상화 했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형상화 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자신의 기억 속 은유적 형상을 조금은 독특하면서도 다양하게 표현한 전시 <기억을 그렸다>가 예술공간 봄에서 다음달 5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머릿 속 기억을 산호, 버섯, 곰팡이로 표현했다. 그래서인지 전시의 부제도 <Coral, Mushroom, Filamentous fungi and Memory>다. 작가는 우리의 머릿 속 기억은 굉장히 복잡한 형상으로 존재할거라는 전제로 전시를 시작했다. 우리의 마음과 생각은 시간이 더해짐에 따라 왜곡되고 부분 삭제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작품 속 산호, 버섯, 곰팡이는 내포한 의미의 선악 여부를 떠나 아름다운 형태를 띤다. 이들이 유기적으로 얽힌 모습은 작가가 기억하는 가을의 푸른 하늘과 노란빛 은행 물결, 친구와 와인이 함께 한 테이블, 짙은 안개가 만들어 준 수묵같은 풍경, 아파트 숲 사이로 보이는 고단함 등을 산호, 버섯, 곰팡이의 형태를 빌어 표현됐다.
대표적으로 ‘疊疊잔中’ 시리즈는 ‘첩첩산중’을 ‘첩첩잔중’으로 패러디해 꽃병, 술잔, 물병 등으로 보이는 다양한 잔에 꽃모양 산호, 버섯, 곰팡이를 그려 여름 버전과 겨울 버전 간 상이한 모습을 드러내 매력을 더했다. 또, ‘기억조각’은 산호, 버섯, 곰팡이가 시력검사표를 연상케하는 형태로 면 위에 펜으로 그려져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를 남겼다. 마지막으로 ‘겹겹이 쌓이고 흐르는’ 작품도 저마다 비뚤어진 모습으로 연못의 형상을 한 산호, 버섯, 곰팡이를 통해 몽환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예술공간 봄 관계자는 “우리 기억 속 과거가 어떻게 왜곡되고 삭제돼 가공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산호, 버섯, 곰팡이가 있는 그대로 보이지 않는 만큼 다양하게 해석해 보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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