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매일 ‘마스크 350만장’ 배부?…발표만 하고 준비 없어 ‘혼란’

#수원시 영통구에 거주하는 A씨는 일곱 식구를 부양하는 가장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가족이 사용할 마스크를 구해야 하는 그는 27일 새벽 3시부터 집을 나서 인근의 대형마트를 찾았다. 마트에 간 A씨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새벽 시간대임에도 마트 앞에 80여명에 달하는 인원이 모여 긴 줄을 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마스크 구하기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길고 긴 줄이 없어지길 기다려 결국 오전 10시께 마스크 구매에 성공한 A씨는 “기다리는 동안 시민들이 마스크를 중국에 보내지 말고 우리 국민부터 챙겼어야 했다는 불만을 쏟아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코로나19가 무서운 속도로 확산하면서 지역사회에서 ‘마스크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부는 27일부터 약국ㆍ우체국ㆍ농협 등 공적판매처를 통해 매일 마스크 350만장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가 공적판매처 마스크 공급을 약속한 첫날, 현장에서는 마스크는커녕 정부로부터 전달받은 관련 지침도 찾을 수 없었다. 이에 마스크를 구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공적판매처를 찾은 시민들은 정부의 ‘말 뿐인 마스크 공급 대책’에 분노하며 발길을 돌렸다.

앞서 지난 26일 정부는 350만장의 마스크 중 240만장은 접근성이 높은 전국의 약국 2만4천여곳에 공급하고, 나머지 110만장은 읍ㆍ면 지역 우체국 1천400여곳 및 서울ㆍ경기지역을 제외한 농협 1천900여곳에 배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공적판매처는 정부로부터 마스크 물량과 관련 지침 등을 전달받지 못해 마스크를 판매하지 않았다. 이에 마스크를 구하고자 약국과 우체국 등을 찾은 시민들이 빈손으로 돌아가는 혼란이 빚어진 것이다.

수원의 한 약국에서 만난 시민 B씨는 “아침 일찍부터 와서 진을 치고 기다리는 중”이라며 “물량을 확보해놓고 발표해야지 발표부터 해놓고 이러면 어쩌자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수원ㆍ용인ㆍ성남 등 도시지역 일선 약국의 약사들은 “오늘부터 공급된다는 사실을 뉴스에서 들었다”며 “아무런 지침이나 계획조차 전달받은 바 없다”고 토로했다.

도내 읍면지역 우체국에서도 마스크는 판매되지 않았다. 화성ㆍ파주ㆍ이천 등 읍면지역 우체국 관계자는 “마스크가 전혀 배부되지 않은 상태”라며 “시민들이 찾아와서 항의하는 탓에 업무를 보기 어려울 정도”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오늘부터 마스크를 공급하겠다던 정부 발표와 달리 우정사업본부는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3월2일 오후부터 판매 예정’이라고 안내했다가 이날 오후 늦게서야 ‘28일부터 판매 예정’이라고 수정했다.

이와 관련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마스크 공급 관련 여전히 수급 불안이 발생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며 “28일부터 전국 약국에서 120만장을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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