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에이즈 잡아라”… 나무들과 힘겨운 사투

2014~2015년 8만여그루 재선충병 감염
道, 매년 선제적 예방 위해 방제 구슬땀
올 120억 확보 도민에 ‘건강한 숲’ 선물

봄을 앞두고 경기도 지자체별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작업이 한창이다. 2일 오후 광주시 남한산성면 한 작업장에서 관계자들이 벌목된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에 대한 파쇄작업을 하고 있다. 조주현기자
봄을 앞두고 경기도 지자체별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작업이 한창이다. 2일 오후 광주시 남한산성면 한 작업장에서 관계자들이 벌목된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에 대한 파쇄작업을 하고 있다. 조주현기자

2일 광주 남한산성면 광지원리의 한 뒷산. 토막 난 소나무 원목과 가지들 6천여그루가 첩첩이 쌓여 있었다. 소나무재선충에 죽어 전기톱으로 잘린 소나무들이다. 이곳에선 본격적인 방제 작업 전, 인근 뒷산 10여곳에서 이뤄지는 나무베기 작업 이후 잘린 원목들을 모아두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인근 산 속에서는 이 같은 벌목 작업이 한창이었다. 작업이 실시되는 곳에서 200m 떨어진 민가에서부터 전기톱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굴삭기 한 대와 5명의 작업자가 ‘한 팀’으로 꾸려진 이들은 재선충으로 죽었다고 표시 된 소나무들을 하나둘씩 자르고 있었다.

20여년째 재선충 방제 벌목 작업을 해왔다는 윤광열씨(62)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재선충들이 소나무숲을 해치는 것을 막으려고 매년 노력하고 있다”며 구슬땀을 닦았다.

경기도 내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은 당초 2006년 광주, 남양주, 포천에서 처음 발생, 급속도로 확산해 가평과 양평 등의 야산을 짓밟으며 ‘진군’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가장 심각했던 2014~2015년에는 소나무 숲 절반 이상이 단풍이라도 든 듯 황적색으로 변했고, 멀리 보이는 능선도 군데군데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고 한다.

도내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은 2014~2015년 8만235그루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2018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4만2천825그루에서 재선충병이 확인돼 전년(2017∼2018년) 4만901그루보다 1천924그루(4.7%) 소폭 증가했지만, 적극적인 방제로 4년 전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그럼에도 경기도는 매년 ‘건강한 숲’을 도민들에게 선사하고자 소나무재선충병의 선제적 예방 조치에 나서고 있다. 올해 도는 예산 120억원을 투입해 광주를 비롯한 포천과 남양주, 가평, 양평 등 재선충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는 도내 18개 시ㆍ군에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현장 특별점검’을 벌이고 있다.

도에 따르면 이번 점검은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사업장 내 고사목 처리상황, 누락목 점검, 예방나무주사 실시상황 등 방제현장을 면밀히 조사ㆍ분석해 미흡한 점을 즉시 개선할 방침이다. 점검기간은 지난 1일부터 방제작업이 완료되는 오는 3월 말까지다.

경기도 관계자는 “도민들이 주인인 ‘건강한 숲’을 보존하고자 소나무재선충병 확산 방지를 위한 120억원의 방제예산을 확보했다”며 “소나무재선충병 확산 방지에 총력을 다해 도민들에게 쾌적한 산림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소나무에이즈’라 불리우는 재선충병의 재선충은 구멍을 통해 소나무나 잣나무 조직으로 침투한 뒤 수분 흐름을 막아 말라 죽게 하는 병으로, 치사율이 100%에 이른다. 솔수염하늘소나 북방수염하늘소 등이 매개충으로 알려졌으며 이들 곤충이 소나무류에 낳은 알이 우화해 다른 나무로 이동하면서 재선충까지 함께 옮겨 감염시키는 방식이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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