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도내 뮤지엄들이 하나둘 휴관에 들어갔지만 그 와중에도 꾸준히 재개관 이후를 도모하는 곳들도 많다. 의정부미술도서관도 그 중 하나로 이전부터 선보인 고(故) 백영수 화백(1922~2018)을 조명한 전시를 재개관 이후를 염두에 두고 준비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미술도서관인 의정부미술도서관이 선보이는 전시 <늘, 곁에: 백영수 화백 그리고 그림책>은 당초 오는 6월28일까지 예정됐으며 향후 추가 연장 될 전망이다.
이 전시는 도서관의 개관전으로 모성미학으로 대변할 수 있는 백 화백을 조명한 전시다. 이에 따라 이번 전시에서는 어머니가 우리 삶에 갖는 의미를 되돌아 볼 수 있다.
도서관 내 전시된 작품들은 전반적으로 토속적이면서도 향수를 그릴 수 있는 그림체로 관객을 반긴다. 50년 이상 백 화백이 추구하고 개량해 온 ‘모자상’ 시리즈가 캔버스 유채화로 주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인지 작품 안 인물들은 절제된 조형성으로 빚은 인물상을 띤다. 천진무구한 천사의 표정을 한 아이, 성모마리아와 같은 온화함으로 아이를 안거나 업고 있는 어머니의 도상 등이 그 예다. 더욱이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갸우뚱 뉘고 정면을 응시하고 있어 더욱 그윽한 느낌을 선사한다.
아울러 다소 자유로운 장르형태로 그림을 그린 것도 눈에 띈다. 백 화백은 일본 오사카 미술학교 시절부터 전차나 식당, 어디에서든지 하루에 크로키를 200장씩 그렸다. 그 덕분에 특정한 장르나 기법에 얽매이지 않은 ‘열린 감성’의 조형성을 만들어낼 수 있었고, 문학성과 감수성이 풍부한 그림의 단초를 마련했다. 또한 여가생활로 영화보기와 독서를 즐겨한 점도 열린 감성 형성에 한 몫했다.특히 해방이후 서울에서 김환기, 도상봉, 이종우 등 화가들 외에도 수많은 문인들과의 폭넓게 교류해 문학 작품들을 망라한 바 있다.
이 같은 호평에는 모성애에 무욕과 절제의 미학을 더한게 주 원동력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과거 구상 시인이 백 화백의 작품을 보고 “동심의 세계를 한평생 오롯이 그린 화가를 나는 알지 못하나 백 화백은 어린이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무한한 시공을 우러르며 살지 않을까”라며 “그의 그림이 흐려진 우리의 마음에 신비한 샘물이 되어 맑게 할 것을 바라고 믿는다”라고 말한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이외에도 도서관은 모자상의 모티브를 다양한 관점에서 재해석한 전시와 체험교실을 추가로 준비했다. 미술도서관의 1층 전시장과 3층 체험교실을 두루 활용해 ‘어머니와 아이의 사랑’을 담아 연출한게 그 예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담긴 그림책들과의 콜라보레이션 전시인 <거미엄마, 마망 루이스 부르주아>는 2017 볼로냐 라가치상 예술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 책은 엄마를 향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예술로 승화시킨 세계적인 조형예술가 루이스 부르주아의 생애에 관한 아름다운 논픽션 그림책이다. 수준 높은 어린이용 그림책의 콘텐츠가 어떻게 대중과 만날 수 있을지 보여줄 대목도 놓치면 안 될 관람 포인트이다. 이외에도 전시장 3층에선 아이와 엄마는 물론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풍성한 교육프로그램이 이어진다. 백영수 화백의 모자상을 바탕삼아 여러 재료를 활용한 ‘우드코스터 컬러링’ 체험, 백영수 화백이 생전에 즐겨 했던 종이박스 콜라주 작업인 ‘종이상자 속 풍경’, 빛과 색채의 환상적인 하모니를 연출해보는 스테인드글라스 체험 프로그램인 ‘빛 조각 모아모아’ 등으로 구성된다.
도서관 관계자는 “모자상을 중심으로 어머니의 사랑을 다시 한번 반추할 수 있는 전시를 준비한만큼 하루 빨리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 재개관할 수 있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권오탁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