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허드렛일 금지에 벌써 ‘해고 찬반조사’까지… “고령자 퇴출 할 수밖에”

수도권 3기 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세워진 경기북부 A아파트에 지난 6~8일 ‘경비원 해고 찬반투표’ 용지가 돌았다. 아파트 입주민을 대상으로 배포된 이 용지에는 ▲기존 경비인력 축소 ▲적정하다고 생각되는 경비인력 ▲경비원 비용이 포함된 관리비 등에 대한 의견을 답하는 내용이 담겼다.

A아파트에 1년째 거주하고 있는 30대 신혼부부는 “매월 관리비의 3만3천원이 경비원에게 가는데, 경비원이 주차 관리ㆍ택배 보관ㆍ아파트 청소 등 많은 업무를 하다 보니 비싸다는 생각은 안 했었다”며 “그런데 갑자기 경비원의 업무량이 축소된다면서 해고 찬반조사가 진행됐다. 누구라도 관리비를 낮추거나 인력을 줄이자고 답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오는 6월부터 아파트 경비원이 ‘본 업무 외 다른 업무’를 하는 경우 경비업법 위반 혐의로 단속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두고 기존 고령 경비원을 퇴출하는 길이라며 반발 목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9일 경찰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해 말 전국 일선 경찰서에 공문을 보내 올해 5월31일까지 아파트 등 공동주택 관리업자가 경비 업무에 대해 경비업법상 의무를 준수하도록 행정계고를 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계고는 ‘아파트 관리 대행업체가 경비를 파견하려면 경비지도사를 선임하는 등 경비업법상 요건을 갖춰야 한다’는 내용과 ‘아파트 경비원에게 경비 업무 외 주차 단속ㆍ청소 등 다른 일을 맡기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경기도 내 아파트들은 경비원 해고 찬반조사를 진행하거나, 경비원 대신 전자경비시스템을 설치해 대체하겠다는 방안 등을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관계자는 “원칙대로 하면 고령 경비원의 고용을 유지할 이유가 없어진다”며 “젊은 경비를 들이거나 전자경비로 대신하고 다른 일을 맡을 관리원을 채용하면 결국 관리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경찰로서는 해당 사안이 현행법을 위반하는 것이므로 더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경찰은 “국토부와의 추가 협의를 통해 해결책을 찾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와 관련,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SNS를 통해 “안 그래도 어려운 경비원의 대량해고를 부를 수 있다”며 “탁상이 아니라 현장에서 좀 더 충분히 논의하고 의견 수렴해서 시행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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