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여권·학생증·등본 등 지참해야 구매 가능
정부, 청소년증도 인정한다 했지만 부정적 시선 탓에
발급률 11% 그쳐… 전문가 “대리구매 기준 낮춰야”
#사례1. 이사를 자주 다니는 탓에 홈스쿨링을 선택한 K군(13)은 ‘마스크 구매 5부제’에 맞춰 10일 오전 9시께 약국을 찾았으나 빈손으로 돌아서야 했다. 본인확인을 위해 등본을 지참했지만 학생증이 없었기 때문이다. K군은 “인터넷에서 약국마다 융통성 있게 받아준다는 말을 듣고 기대했는데 헛수고했다”며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부정적인 시선을 애써 무시해왔지만 마스크조차 못 산다고 하니 억울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사례2. 아픈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비학생 청소년 S양(16)은 아예 마스크 구매를 포기했다. 미성년자인 S양은 보호자가 동행할 경우 대리구매가 가능하지만, 투병 중인 할머니가 거동이 불편해 약국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S양은 “청소년증을 사용할 수 있다는 말에 주민센터에 문의해보니 길게는 한 달까지 걸린다고 했다”며 “편찮으신 할머니만이라도 좋은 마스크를 씌워드리고 싶은데 구할 방법이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마스크 구매 5부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비학생 청소년’ 차별 논란이 발생했다. 애초 정부가 미성년자의 본인확인 조건으로 학생증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뒤늦게 청소년증이 신분증으로 포함됐지만 실효성 우려가 제기되면서, 본인확인 절차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5일 5부제 계획을 발표하면서 미성년자의 본인확인 방법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본인이 여권 제시 ▲본인이 학생증ㆍ주민등록등본 제시 ▲법정대리인과 함께 방문해 법정대리인의 신분증ㆍ주민등록등본 제시 등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학교에 다니지 않아 학생증이 없는 비학생 청소년을 배제한 것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지난 9일 청소년증을 신분증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청소년증 역시 비학생 청소년의 ‘마스크 구매 5부제’ 이용에 큰 도움이 되기는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학생증 대신 청소년증을 꺼내면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부정적 인식 탓에 발급율이 저조하고 발급기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10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청소년증 발급율은 약 11% 수준으로, 이 중 비학생 청소년이 발급 받은 경우를 추산하면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발급기간은 14~30일가량 소요된다.
이 같은 제도적 허점이 발생하자 미성년자의 대리구매 기준ㆍ본인확인 절차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마스크 구매 5부제’가 오히려 새로운 차별과 사각지대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박창호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소년ㆍ소녀 가장을 비롯한 비학생 청소년들을 고려해 미성년자 대리구매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일반가정 기준이 아니라 취약계층을 우선하도록 방침을 세웠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식품의약안전처 관계자는 “신분증 없이 등본만으로는 본인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리구매가 빈번해져 요일제가 허물어질 것을 대비한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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