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5부제 시행 1주일이 지나면서 공적마스크 대기줄을 대신 서고 수수료를 받는 ‘대행 서비스’가 등장했다.
연수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A씨(35)는 최근 처음으로 마스크 구매 줄서기 대행을 이용했다.
희망 시간을 정하면 대행업자가 해당 시간대에 맞춰 인근 약국에 먼저 줄을 서주는 방식이다.
구매 차례가 5~10분가량 남았을 때 대행업자로부터 연락을 받고 나가면 바로 자리를 바꾸고 금세 마스크를 살 수 있다.
1번 줄서기 대행을 할 때 내는 돈은 약 1천500원. 현금으로 돈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대행을 약속한 회차만큼 액수를 계산해 기프티콘을 보내는 방식도 있다.
A씨는 “약국에서 마스크를 배부하는 시간과 퇴근시간이 겹쳐 대행을 맡겼다”며 “1천500원을 지불하더라도 장당 3천원이 넘는 시중 마스크를 사는 것보다 저렴한 셈”이라고 했다.
이어 “원래대로라면 아예 시간이 맞지 않아 사지도 못할 마스크인데 대행업자가 이동시간 동안 미리 줄을 서주기 때문에 기회가 생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14일 남동구의 한 약국 앞에서 만난 대행업자 B씨(68)는 줄을 서 있는 동안 실구매자와 수시로 연락하며 상황을 공유했다.
실구매자와 대행업자가 각각 다른 약국에 줄을 서고 구매 가능성이 큰 쪽을 가늠하는 방식이다.
B씨는 “약국마다 마스크를 배부하는 시간, 대기줄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매일 4~5건은 하는 편”이라며 “배부시간보다 조금 일찍 줄을 서면 15~40분 내로 끝난다”고 했다.
또 “코로나19 때문에 일거리도 모두 끊긴 상황에서 이렇게 가만히 서있는 것만으로 용돈 벌이를 할 수 있다면 나쁘지 않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이미 줄을 서있던 다른 시민과 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
대행업자가 실구매자에게 대기줄 자리를 넘겨주는 모습을 새치기로 오해하는 것이다.
마스크 대기줄을 관리하는 약사 C씨는 “줄을 서지 않은 사람이 구매대 코 앞에서 대기줄에 들어오는 걸 봤다”며 “줄을 서있는 사람들 모두 마스크 재고량에 예민하다보니 언성이 높아지는 걸 겨우 막았다”고 했다.
이같은 마스크 줄서기 대행은 구매 자체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처벌도 쉽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줄서기’ 를 대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보니 위법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며 “도의적인 차원에서 문제적인 행동은 맞지만, 이를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다보니 고민스럽다”고 했다.
조윤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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