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신천지 사태가 불거지던 지난달 22일. 수원에서 첫 ‘대구발 확진자’가 나왔다. 67세 남성으로 수원 딸네 집에 들른 길이었다. 당시까지완 다른 경로에 시가 발칵 뒤집혔다. 확진자의 경로가 공개됐다. ‘해운대 국밥집’이 있었다. 수원시는 즉시 식당을 폐쇄했다. 식당 주인 할머니도 격리됐다. 유스호스텔에 갇혀 지낸 14일이다. 이후 건강하다는 결과를 받았지만, 한동안 문을 열지 못했다. 잘못도 없이 피해 본 20여일간이다. ▶13일, 염태영 수원시장이 식당을 찾았다. 공무원 등과 함께 국밥과 수육을 주문했다. 조용히 식사를 마치고 주인 할머니와 앉았다. “사장님을 뵈면 가슴이 쓰려요. 너무 힘드시죠.” 50만원 매상 20일이 날아갔다. 어떤 잘못도 없이 받은 피해다. 푸념과 원망이 쏟아져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어쩔 수 없죠. 아예 문 닫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뭐.” 그러면서 다른 손님 걱정이다. “다른 손님들이 안 걸렸으니 얼마나 다행이에요.” ▶식탁 서너 개가 전부다. 메뉴도 단출하다. 소고기 국밥(3천500원)ㆍ선짓국 밥(3천500원)이 주다. 콩나물에 소고기를 넣은 국물이 맛나다. 소고기 수육(1만원)ㆍ소주(3천원)도 있다. 주머니 사정 여의치 않은 서민들이 많이 찾는다. 할머니 음식 솜씨는 이미 정평이 났다. 지상파 방송에 두 차례나 소개됐다. 골목을 살린 효자 식당이다. 할머니도 음식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했다. “시장님, 이래 봬도 우리 집이 테레비에 두 번 나왔어요.” ▶지자체마다 상권 살리기가 한창이다. 경기도는 매주 금요일 구내식당을 쉰다. 주변 식당 팔아주기 차원이다. 용인시 양주시 등 많은 지자체도 하고 있다. 고양시는 전 직원에게 주 1회 식당 이용하기 캠페인을 한다. 하지만 상인들에겐 ‘언 발에 오줌 누기’다. 그래서 오고 가는 말도 거칠기 일쑤다. 푸념의 대상은 대통령도 예외 없다. “그지(거지) 같애요”라며 쏘아붙인 반찬가게 아줌마도 있다. 해운대 국밥집 할머니는 달랐다. ▶혹시, 시장 앞이라서 그랬을까. 취재차 다시 전화했다. 할머니는 여전했다. “손해요? 많이 봤죠. 그런데 괜찮아요. 우리 가게는 작잖아요. 차라리 큰 데보다는 쪼끄만 내 가게가 피해 보는 게 낫죠.” 원인을 제공한 확진자도 원망하지 않았다. “그때 많이 드시지도 못했어요. 한 다섯 숟가락 드셨나.” 나쁜 코로나를 이긴 착한 국밥집이다. 수원시 팔달구 행궁로 106번지에 있다. 맛있고, 값싸고, 깨끗하고, 정도 많다. ‘해운대 국밥집’ 할머니를 소개한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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