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각급 학교 개학이 또다시 미뤄졌다. 교육부는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새 학기 개학일을 일단 4월 6일로 추가 연기했다. 원래 3월 2일이던 개학이 세 번째 늦춰진 것이다. 여러 문제가 있지만 이번 개학 연기는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처다. 밀집도가 높은 학교에서 감염이 발생하면 가정을 넘어 지역사회로 크게 확산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개학이 또 연기되면서 학교급식용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해온 전국 농가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계약재배를 통해 농산물을 공급해오던 농가들이 판로가 막혀 과일이나 채소를 납품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고 있다. 오래 저장하기 어려운 채소가 대부분이라 다른 곳에 내다 팔기도 어렵다. 딸기나 시금치, 쑥갓 등은 며칠만 지나도 상품가치가 떨어져 판매할 수가 없다. 일부 농가에선 학교에 납품하려던 물량을 떨이로 마트 등에 넘기고 있다. 출하를 제때 못해 수확 못한 비닐하우스 채소를 갈아엎는 농가도 나오고 있다.
개학 연기로 판로에 어려움을 겪는 농가를 돕기 위해 자치단체들이 나서고 있다. 저장이 어려운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사고팔자는 일명 ‘착한 소비운동’을 펼치고 있다. 경기도가 앞장섰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11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급식용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하는 농가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농산물 특성상 제때 출하를 못하면 고스란히 버릴 수밖에 없는데, 그 양이 자그마치 348t이나 된다”고 했다. 이어 “경기도와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이 농산물 공동구매 행사를 시작했다”며 착한 소비운동 동참을 호소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시금치, 상추, 깻잎, 방울토마토, 파프리카 등 11개 품목을 담은 4kg짜리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2만원) 7천박스가 2시간 만에 완판됐다. 경기농진원은 앞서 ‘친환경 딸기 팔아주기’ 행사도 열었다.
최문순 강원지사도 11일 SNS를 통해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강원 감자농가에 힘을 보태기 위해 감자 영업을 시작한다”며 감자 구매 사이트 주소를 공유했다. 감자 10㎏짜리 1천400박스를 시중가의 절반 가격인 5천원에 내놨는데 한 시간 만에 동이 났다. 강원도 내 감자 재고량은 약 1만1천t으로 4월까지는 전량 판매돼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ㆍ강원에 이어 타 지자체에서도 ‘착한 소비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각종 행사 등이 취소되면서 된서리를 맞은 화훼농가를 돕는 지자체도 있다. 주민공동체를 통한 농산물 공동구매도 진행되고 있다. 연대와 협동은 재난사태 난국을 극복하는 공동체의 저력이다. 착한 소비운동이 크게 확산돼 농가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정부도 피해농가를 돕기 위해 생산비 보전 등 대책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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