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원로 금융인의 이야기 <꿈을 이루기 위해 살아 온 흙수저 인생>

▲ 꿈을 이루기 위해 살아온 흙수저 인생

우리나라의 현대사는 격동의 시기로 소설 <태백산맥>, <한강>, <광장> 등을 통해 당시 시대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전쟁 직후의 참담함을 뒤로 한 채 국민 모두가 저마다의 위치에서 사회 역군으로 활동해 온 시기로 지금도 다양한 매체를 통해 회자되고 있다.

현대사의 시곗바늘에 발 맞춰 성장해 온 원로 금융인의 이야기 <꿈을 이루기 위해 살아 온 흙수저 인생>(우촌미디어 刊)이 출간됐다.

저자인 이우영씨(85)는 한국은행 부총재와 중소기업은행장, 중소기업청 초대 청장 등을 거친 인물로 이번 신간을 통해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라는 원칙을 고수하며 살아온 일생을 반추했다. 그는 어린 시절 경북 지역에서 자라던 중 6ㆍ25 전쟁이 발발해 미 공군기의 습격을 받아 목숨을 잃을뻔 한 비화를 비롯해 상경 후 성균관대와 한국외대를 거쳐 고려대 상대 입학, 졸업 후 한국은행 입사, 부총재 승진 등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젊은 독자층은 부모님과 친척들을 통해 들은 현대사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음은 물론, 모두가 먹고 살기 힘든 시절 밑바닥에서 힘겹게 올라 온 한 거장의 인생을 엿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과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저자는 금융권에 종사하면서 ▲한국은행 과장 재직 시절 ▲요직을 거치며 마주한 인사 현장 ▲중소기업청 초대 청장 재임 시절 등을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았다. 그는 지난 1973년 1차 오일쇼크 당시 한국은행 과장으로서 외국은행 한국 지점을 통해 달러를 빌리자는 의견을 제시했고 기준금리인 5% 유로금리보다 높은 8% 금리에 유치했다. 당시 시중은행이 외국에서 돈을 빌릴 방법이 없어 정부의 공신력을 바탕으로 존재하는 한국은행이 직접 외국에서 돈을 빌려와 위기를 타개할 수 있었다.

금융가에 만연해 있었던 ‘대졸은 백인, 고졸은 흑인’이라는 풍조를 타파한 점도 그의 공적으로 손꼽힌다. 저자는 집단의 동기부여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급여 인상이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방안이라 공정한 인사를 선택했다. 1990년대 초반 주요 은행 직원의 분포는 고졸이 60%, 대졸이 40%로 햇수로는 4년 차이지만 호봉 격차는 6년에 이르렀다. 임원 승진도 대졸 위주라 고졸 출신의 최대 목표치는 지점장 정도에 그쳤다. 저자는 인사 발령에 능력만 반영해 장애를 가진데다 고졸 출신이었던 한 부장을 임원으로 승진시켜 조직 내에서 ‘나도 임원이 될 수 있다’라는 희망을 만들어 냈다. 이는 중소기업청 초대 청장 재임 시절에도 이어졌다.

저자가 한국은행 이사로 재임하던 시절 국정감사에 나온 국회의원들이 요정을 출입하는 걸 알고 ‘국회의원들 정신차리시오’라고 일갈한 이야기는 금융가에 전설처럼 내려오고 있다. 그가 자신의 일생을 통해 우리 사회에 전달하려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값 2만4천원.

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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