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판매’ 희비… ‘집콕족’ 소매 웃고 ‘개학연기’ 도매 울고

코로나 사태 장기화 집밥 선호… 대형마트 쌀 판매량 ‘껑충’
학교급식·기사식당 등 된서리… 납품 미곡처리장 매출 추락

코로나19 사태로 경기도 내 쌀 수요에 큰 변동이 생기면서 소매점과 도매점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면서 집밥족이 증가, 소매업체들은 매출 상승효과를 보고 있지만 도매업체들은 외식업, 학교 납품이 줄면서 매출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22일 도내 주요 대형마트 및 미곡종합처리장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대형마트의 쌀 판매량은 일제히 증가했다. 마트 업계에서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집밥을 선호하는 이른바 ‘집밥족’이 늘어나면서 쌀 매출도 덩달아 상승한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도내 A 대형마트의 경우 코로나19가 본격화되기 전인 1월에 비해 2월 쌀 매출이 약 28.8% 급증했다. B 대형마트 역시 1월 대비 2월 쌀 매출이 약 13% 증가했다.

A 대형마트 관계자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사람들이 쌀을 찾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일부 고객들은 카트에 쌀을 사재기하듯 사가는 경우도 있다”며 “이에 따라 쌀 판매량도 평소보다 크게 증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쌀 소매점들의 매출은 일제히 증가한 가운데 도매점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초ㆍ중ㆍ고등학교의 개학이 연기되면서 판로가 막혀버린 것이다. 또 사람들이 외식을 꺼리면서 외식업체들의 수요가 크게 감소, 이들에게 납품하는 쌀의 양도 줄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화성 소재의 한 미곡종합처리장은 학교 개학 연기와 함께 외식업체들에 납품하는 쌀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지난해 3월 초 대비 판매량이 50% 이상 급감했다. 이 미곡종합처리장은 쌓여가는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대규모 할인 행사까지도 고민하고 있다.

미곡종합처리장 관계자는 “명절을 앞두고 잠깐 쌀 판매가 증가했다가 이후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내리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며 “언제 판매가 정상화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답답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기사식당들을 상대로 쌀을 납품하는 수원의 C 도매업체도 코로나 사태로 외식업이 어려움을 겪자 함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12월 기준 월 150가마니(80㎏ 1가마니)였던 판매량이 코로나 사태 이후인 2월에는 월 80가마니로 절반 가까이 뚝 떨어졌다.

C 도매업체 측은 “2월은 일수도 적어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지만, 문제는 3월이 2월보다 매출이 더 부진하다”며 “대형식당들도 손님이 없다는 이유로 올 초부터 예정된 거래를 70% 넘게 끊어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태희ㆍ손원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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