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인 양평 청운면에 있는 김창환씨(52ㆍ설치작가)의 작업실 마당에는 수 십마리의 상어와 고래가 떠다니고 있다. 작가 김창환은 철근으로 만든 상어와 도심 하늘을 떠다니는 고래와 낙타 등 동물을 소재로 설치작업을 주로 하는 작가다. 최근 고래를 주제로 한 그의 설치작품이 대만의 중학교 예술 교과서에 실려 화제다.
“제 작품처럼 제 삶도 굴곡이 많아 철근으로 만든 상어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제 삶을 보는 것 같아요”
양평군 청운면에서 태어나 청운초, 중, 고를 나온 김창환 작가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작가가 되었다.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다는 그는 신문 배달, 술집 웨이터, 전자부품 공장 등 많은 직업을 거쳐 철근도매상을 하는 매형 밑에서 10년간 철근 일을 배웠다. 미대(경원대 환경조각과)를 들어간 것은 그의 나이 서른살 때다. 그가 주로 하는 작업은 상어다. 많은 직업을 거쳐 작가로 입문한 그에게 상어는 자본주의의 그늘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그가 만든 철근 상어는 한 가닥의 철근으로 입에서 시작해 상어의 몸 전체를 만들고 다시 입으로 들어온다. 상어의 폭력성이 입에서 시작해 다시 입으로 들어오는 것을 표현했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지난 2009년에는 서울 명동의 하늘에 거대한 상어 떼를 설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가 만든 상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불교의 만(卍)자나 기독교의 십자가 문양이 연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종교와 자본주의의 상징인 상어의 부조화를 통해 작가는 부조리를 표현하는 듯하다. 김 작가의 작품이 해외에 알려진 것은 2013년 대만의 푸봉예술재단(Fubon Art Foundation)의 초대전에 참가하고부터다. 그가 출품한 3마리의 철근 고래가 대만의 빌딩의 전시돼 큰 반향을 일으켰다. 김창환의 작품이 세계적인 조각가인 알렉산더 콜더(Alexander Calder) 작품과 함께 대만 교과서에 실리게 된 계기가 됐다. 30대 후반에야 작가의 길로 들어선 김창환은 “넉넉하지는 않지만, 생각하는 것을 표현하는 작가의 삶에 가치를 느낀다”라고 말한다.
양평=장세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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