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에게 베토벤은 익숙한 음악가로 여겨지며 그의 대표 작품인 ‘세레나데’, ‘월광 소나타’ 등은 여전히 전 세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그렇다면 거장들이 평가한 베토벤의 작품 세계는 어떤 색을 띠고 있을까. 러시아 비르투오소의 적통 후계자인 엘리자베트 레온스카야(75)는 베토벤의 작품 세계를 ‘우리 내면 속에 살아가며 우리가 악기를 배우게 만들며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든다’라고 평했다.
엘리자베트 레온스카야는 그가 호평한 베토벤의 작품을 직접 연주하고 그 의미를 조명하는 <엘리자베트 레온스카야 독주회>를 다음달 11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연다.
이번 독주회는 지난 2018년에 이은 그의 두번째 내한 공연이다. 그는 당시 슈베르트 연주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엘리자베트 레온스카야는 다비드 오이스트라흐,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테르, 에밀 길레스 등을 잇는 러시아 음악의 적자다. 옛 소련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태어나 피아노와 성악을 전공한 유대인 어머니에게 피아노를 배워 어린 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냈다. 18세에 에네스쿠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을 시작으로 29세에는 클래식의 본고장 오스트리아 빈에서 본격적으로 국제 무대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그는 빈에 정착해 빈 콘체르트 하우스 명예회원 가입, 오스타리아 문화계 십자가 훈장 수상, 라벨ㆍ드뷔시ㆍ에네스쿠를 연주한 음반 ‘PARIS’로 인터내셔널 클래시컬 뮤직 어워드 최우수 독주 음반상 수상 등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그가 이번 공연에서 선보이는 곡은 베토벤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 3부작인 30번, 31번, 32번이다. 베토벤은 생전 32곡의 피아노 소나타를 작곡해했다. 이 중 28~32번은 후기 소나타로 분류되며 30~32번은 ‘최후의 3부작’이라 불리며 농도 높은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소나타 30번은 1820년 늦여름 베토벤이 빈에서 완성한 작품으로 소나타 중 가장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갖췄다. E장조 조성을 갖춰 1~3악장 내내 베토벤 작품에서 보기 힘든 신비스러운 느낌을 선사한다. 이 작품은 이후 베토벤이 누구보다 사랑한 여인 안토니 브렌타노의 딸이자 10살 연하인 막시밀리아네에게 헌정됐다. 일각에선 베토벤이 막시밀리아네를 바라보면서도 늘 안토니를 사랑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이를 방증하듯 첫 악장에서는 동경과 설렘이 여리게 파동치며 2악장에서는 ?고 굵은 파장이, 3악장에서는 안단테 악장 특유의 신비하면서도 잔잔한 형태로 막을 내린다.
소나타 31번은 베토벤이 1821년 연말 초안을 완성한 뒤 이듬해 초 마지막 악장을 손질해 발표했다. 30번을 능가하는 정서적 색채를 담고 있으면서도 전반적으로 슬픈 감정에 이은 감미로운 꿈, 신념 등이 후반부에 대비되게 구성해 유연하고 유기적인 흐름을 띄고 있다. 소나타 32번은 1822년 초에 완성돼 베토벤이 자신의 평생 후원자인 루돌프 공에게 헌정한 곡으로 유명하다. 당시 베토벤은 건강 문제와 조카 칼의 자살 시도 등으로 육체적으로나 심적으로나 피폐해져 있던 상태였다. 하지만 그의 창작열은 이와 반비례하게 심오한 경지에 이르러 기존 형식을 파괴한 걸 넘어서 고전주의 피아노 음악을 낭만주의로 이전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총 2악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찬송가적 절정의 순간을 담고 있어 32개 곡으로 구성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의 정점을 찍은 후 막을 내린다.
성남아트센터 관계자는 “악기와 작곡가, 연주가가 하나돼 대화를 나누는 연주를 지향한만큼 거장의 작품과 노대가의 연주가 함께하는 풍성한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공연의 좌석 가격은 R석 8만원, S석 6만원, A석 4만원이다.
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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