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네 덕이고 내 탓이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는 특정한 지역을 넘어서 지구촌 전체의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결국 대유행을 선언했고 세계의 국가들은 자신에게 알맞은 대책을 마련하고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현재 상황을 바라보면 인간이 발달시킨 교통망의 비약적인 발전에 따른 편리성에 비례하여 다른 측면에서 반대급부가 발생하는 현실에 마주하게 된다. 더구나 코로나라는 이 바이러스에 인류는 의학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했고 감염 초기의 무증상 상태에서 상대방에 감염을 시키는 사례는 방역의 어려움과 인간 사이의 불신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불신이 증가하면 이에 따른 상식을 벗어난 다른 대안이 성행하게 된다. 과학 시대에는 통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인식되는 주술과 광기 또는 반지성이 선동하는 집단이기주의 등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파스칼이 말한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이다’라는 언어의 상징처럼 우리는 때로는 객관적인 현실을 제쳐놓고 주관적인 이기주의에 빠져들게 된다. 금강경에서 네 가지의 고착화된 인식인 상(相)을 말하면서 첫 번째로 언급하고 있는 것이 아상이고 이것을 고집하는 것이 아집이다. 물론 중생은 사유를 자기의 중심으로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

이와 같은 아집이 이성의 존재를 심하게 억압하면 정상적인 사유가 마비되고 일상생활이 비정상으로 흘러가고 결국은 혼란을 부추기게 될 것이다. 이제 자국의 안위를 보호한다는 새로운 명분이 세계에 유행하고 있다. 감염병에 대한 공포는 세계 각국에 정치ㆍ경제ㆍ의료ㆍ종교ㆍ문화ㆍ교육 등의 인간 세상의 일상을 바꿔놓고 있다. 이러한 여러 혼란이 가중되는 현실에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근원에는 감염병에 대한 공포와 또 다른 중생들이 가진 이기심에 따른 네 탓이라는 사유가 자리 잡고 있다.

그렇지만, 감염병은 항상 우리 곁에서 같이 존재하였으나, 현실에 쫓겨서 인식하지 못하고 생활하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는 어제까지도 그랬고 오늘에도 그러한 것이지만 치명적인 감염병의 대유행과 관련한 공포가 언론의 흐름을 타고 시시각각 전해지면서 우리들의 사유 속에 공포가 강하게 각인되었다. 여기에는 언론과 정치인 그리고 각 분야의 전문가 등도 서로 지식을 내세우며 과도하게 경쟁하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이것도 네 탓이라는 사유의 한 종류이다.

이러한 국가의 위기 상황에 또 하나의 변수가 등장하였는데 곧 다가올 선거이다. 선거의 특성상 언론을 통한 자신들의 정책을 알리려는 노력이 중요하지만, 여기에서도 등장하는 또 하나가 상대방을 비방하는 행태인데 이것도 네 탓이라는 논리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내 탓이 아니고 남의 탓이라는 생각은 자신의 내면이 주요 성찰과 반성이 대상이라는 것을 잊어버리게 된다. 재난이 발생하였을 때 그 사회의 건강성을 확인하게 되는데, 우리나라는 집단의 지성이 정상적으로 작용하고 있어서 다른 나라들처럼 생필품 사재기를 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한 충돌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성숙한 국민이다.

성숙한 국민답게 지금은 정부가 무능하다고 비방하는 것과 같은 여러 여론은 잠시 접어두고 대중들과 정부가 현실을 직시하고, 국가의 모습을 냉정하게 성찰하며, 여러 현상이 네 덕이고 내 탓이라는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개인은 자신이 세계의 중심인 것을 인지하고 이러한 세계의 암울한 현상도 내 탓이라고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지금 이 시점에서 모두가 내면을 성찰하며 새로운 사회의 공통문제에 대처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물론 우리는 지금까지 도덕적인 국민으로 살아왔던 신뢰가 있는 지성들이다. 우리의 발전된 시민의식은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이루게 할 것이다.

세영스님 수원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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