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소득과 연령, 직업과 관계없이 모든 경기도민에게 1인당 10만원씩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한다. 경기도 인구는 지난달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 1천326만5천377명, 대한민국 인구의 4분의 1이 4월부터 10만원의 재난기본소득을 1회에 한해 받게 됐다. 예산 1조3천642억원이 투입되는데 재난관리기금ㆍ재해구호기금ㆍ지역개발기금 등으로 충당된다.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재난기본소득은 지급 이후 3개월 안에 써야 한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24일 기자회견을 통해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재원을 총동원해 도민 1인당 10만원씩을 재난기본소득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며 “소액이고 일회적이지만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이 국가 차원의 기본소득 논의의 단초가 되고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 정책으로 자리 잡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중앙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100만원 수준의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서울ㆍ광주ㆍ경남 등 10여개 시ㆍ도가 소득 여건 등을 기준으로 선별적 재난소득을 추진하고 있다. 17개 시·도 중 모든 이에 보편적 재난소득을 지급하는 것은 경기도가 처음이다. 기초단체 중엔 여주시가 재난기본소득 10만원을 모든 시민에게 지급한다고 25일 발표했다. 여주시민은 경기도 재난소득까지 합쳐 20만원을 받게 된다. 화성시ㆍ파주시 등 전국 기초단체별 재난소득 지급도 늘고 있지만 대부분 중위소득 기준으로 저소득층만 지원한다. 지자체별로 제각각 추진하다 보니 형평성 논란 등 혼선과 불만이 나타나고 있다.
지자체들이 잇달아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은, ‘감염병으로 죽기 전에 굶어 죽겠다’는 신음이 터져나오는 위기 상황이기 때문이다. 재난소득은 코로나19 사태로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국민 생활을 안정시키고, 매출 감소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을 지원하려는 의도다. 다수 국민이 찬성할 정도로 공감대가 크다. 경기도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재난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78%에 달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재난기본소득이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한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자체장들이 지급 효과도 크지 않은 일회성 현금 지원에 나선 것은, 결국 주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정치적 이벤트라고 말한다. 자치단체가 지급 대상·규모도 제각각으로 시행하면서 정책 수행에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금까지 중앙정부는 재난기본소득 취지에는 공감하면서 전면 시행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사상 초유의 비상시국이다. 지금 상황에선 정부가 가닥을 잡아야 한다. 기업과 자영업자들에게는 어떤 형태로든 긴급 지원이 필요하다. 소득하위 계층에도 생계 보전이 절실하다. 전 국민 재난기본소득에 대해선 찬반이 엇갈리는 만큼 공론화를 거쳐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다음 주 문재인 대통령 주재 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재난기본소득 지급 이슈에 관한 중앙정부 정책 방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경제충격 완화 및 민생개선이라는 효능 측면에서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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