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 코로나가 바꿔놓은 학교의 일상

매년 돌아오는 3월이지만 새 학기의 시작은 예년과는 매우 달라 보인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입학하는 어린 아이들부터 초ㆍ중ㆍ고 학생들까지 가슴 설레며 기다려왔던 3월이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안타깝게도 설렘과 희망보다는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 시작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개학일이 3차례 연기되면서 4월 개학이 현실이 됐다. 4월 개학은 학교와 학부모, 학생들 모두에게 학업 중단 그 이상의 충격과 불편함을 안겨주고 있다. 미디어에서는 일제히 ‘사상 초유의 4월 개학’이라는 헤드라인과 함께 추가 개학 연기에 대한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

사실 4월 개학은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일제강점기로부터 1961년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각 학년은 4월에 개학해서 다음 해 3월말에 종료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즉,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면서 처음으로 3월 학년제가 실시된 이후 59년 만의 일이다.

전세계적인 전염병 대유행으로 학교와 교사들은 난생 처음 학생없는 3월을 맞이했다. 교사들은 아직 만나지도 못한 새학년 새반 아이들에게 전화를 하고,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가정 통신문을 공지한다. 학교 차원에서는 EBS 교육채널을 활용해 가정 학습을 하도록 유도하고 예습 과제를 내주는 등 조치도 취하고 있다.

의왕시도 개학 연기에 따른 교육 대책으로 의왕부곡중학교에서 ‘우리집 온라인 학습방’을 개설했다. 교사가 소셜미디어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온라인 학습방을 개설해 학습 관리 기반을 조성하고 교사와 학생 간의 소통 채널을 마련해 학습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

학교 뿐 아니라 휴원을 권고하는 교육부의 지침으로 문을 닫은 학원도 많아진 지금, 우리의 아이들은 가정에서 잘 교육되고 있는 것일까? 지역 맘카페에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휴원하면서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엄마들의 하소연이 넘쳐난다. 또한, 청소년들도 집에서 하루종일 갇혀있는 상황이 한달 넘게 지속되면서 PC방이나 노래방에 갔다가 코로나에 감염돼 보건 당국을 당혹하게 만들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개학이 연기되는 사태가 이번 한 번으로 그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2003년 사스와 2012년 메르스 이후 의학 전문가들은 또 다른 신종 전염병의 출현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경고해왔다. 봄철마다 더욱 심해지는 미세먼지와 황사, 지진과 홍수 등의 예측하기 어려운 재난 빈도도 증가하는 추세로,불가항력적인 이유로 또 다른 4월 개학을 맞이할 가능성이 큰 오늘을 살고 있다.

재난 상황이 닥쳤을 때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휴업이 불가피한 조치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교육의 중단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각종 재난을 당할 때 휴업만이 능사인가를 다시 한번 따져보고 휴업을 하게 될 경우에도 아이들의 생활을 지도하고 가정에서 체계적으로 학습을 이어나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IT인프라를 활용한 온라인 교육과정 운영은 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은 각 학교에서 교사 관리형 ‘우리집 온라인 클래스’를 적극 운영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학교 홈페이지 안내에 따라 교사가 개설한 EBS 온라인 클래스, 에듀넷ㆍ티 클리어, 에듀넷 e-학습터, 위두랑, 클래스팅 등에서 온라인 학습과 개인별 과제를 수행하고 담당교사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학교별로 학년과 교과에 맞게 개별 학습과제와 자율탐구 과제를 선정하고 이를 온라인 학습 플랫폼과 콘텐츠를 활용해 학생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러나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온라인 교육이 당장 정규 수업을 대체할 정도의 수준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온라인을 통해 학생에게 제공되는 과목별 학습 자료의 양적인 차이와 질적인 수준, 온라인 수업에서 발생될 수 있는 집중력과 참여도 저하에 대한 대책이 아직은 미흡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부족한 과목의 수업자료를 확충하고 온라인 수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학습 자료의 질을 점검하고 체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사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학생의 온라인 학습 참여 및 효과를 제고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우리 교육계 전체가 우왕좌왕하지 않도록 학교 시스템 차원에서 체계적인 대응 매뉴얼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9월 학기제도 신중하게 검토해 볼 필요도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하루빨리 진정돼 모든 일상이 정상으로 돌아가 학교도 다시 문을 열고 교정에 아이들이 웃고 떠들며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윤미근 의왕시의회 의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