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스루 아이디어 안전·고효율 예상 적중”
인천시는 국내 코로나19 방역의 최전선이다. 코로나19가 해외 유입 전염병이다 보니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 등이 있어 국내 유입 차단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같은 국내 방역 최전선엔 인천의료원이 있다. 현재 인천의료원은 병원 내 모든 환자를 인근 다른 병원으로 옮긴 뒤, 아예 코로나19 전담 병원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음압병실로 전환한 일반병실까지 총 68개의 격리병상을 마련했다. 일반 환자가 없다 보니 병원 로비 등은 한산해 보이지만, 로비를 지나는 의료진과 환자의 긴장감은 오히려 높아진 상태다. 코로나19 확진세가 어느 정도 진정 국면을 맞았지만, 인천의료원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인천공항 등으로 인해 유럽·미국발 입국자 중 확진자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3월 18일 인천시 동구 인천의료원 내 음압병동에서 코로나19 확진자의 회진을 앞둔 김진용 감염내과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국내 1번째 코로나19 확진자를 맡아 완치, 퇴원시키며 인천시민과 국민에게 희망을 준 담당 의사다. 또 전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드라이브-스루(D-T) 선별진료소를 고안한 인물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코로나19가 앞으로 계절성 독감처럼 자리 잡을 수 있다”며 “앞으로 환절기가 되면 호흡기 환자가 많이 발생할 것인데 코로나19 확진자와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Q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를 치료했고, 완치시켜 퇴원시켰는데.
A 첫 확진자는 인천국제공항에서 환승하려던 중국인 여성이다. 처음 환자가 인천의료원에 왔을 때 그때의 긴장감은 말로 할 수 없다. 모든 의료진이 초긴장 상태였다.
이 환자는 처음에는 발열 증세만 보였다. 이후 열이 떨어지면서 호흡 곤란이 왔다. 상태가 나쁠때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인공심폐장치인 에크모(환자의 몸 밖으로 혈액을 빼낸 뒤 산소를 공급해 다시 몸 속에 투입하는 의료장비)를 대기하기도 했다. 다행히 그 정도로 악화하지는 않았고 이후 상태가 호전돼 퇴원 결정을 했다.
환자가 완치해 퇴원하면서 우리 의료진들에게 감사하다는 편지를 남겼는데, 의료인으로서 뿌듯함이 너무 컸다.
또 현재 입원한 환자 대부분은 상태가 양호하다. 심지어 운동을 하는 환자들도 있다. 하지만 2명은 지금 열이 나고 있어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Q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세계적인 히트작인데, 이 같은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한 계기가 뭔지 궁금하다.
A 일반적인 선별진료소는 검체 검사를 1번 하고 나면, 그 안을 모두 소독해야 한다. 그리고 의료진과 직접 대면하는 것이라 감염 우려도 크다. 고비용 저효율적 검사 방법인 셈이다.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드라이브 스루 방식이 나오게 된 것이다.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는 일단 검체 검사를 한 후 소독을 할 필요가 없다. 또 의료진과 환자가 어느 정도 떨어져 있어서 감염 우려도 적다. 앞으로 이보다 더 나은 정책들이 개발될 것이라 생각한다.
Q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다른 바이러스와 구별되는 고유의 특징이 있다면.
A 바이러스가 인체에 들어오면 세포 수용체(리셉터)를 만난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결합하는 리셉터는 인체 여러 곳에 있다. 폐, 소장, 콩팥 등 다양하다. 그래서 코로나19의 증상도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같은 성격은 메르스와 구별되는 코로나19의 특징이다. 다만 사스와는 비슷하다. 유전학적 상관성도 80% 정도는 사스와 비슷하다.
Q 최근 들어 무증상 감염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A 무증상 감염이라고 그러는데 사실 무증상 감염은
니다. 증상이 거의 없는 초기 단계에서 그걸 못 느끼는 사람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것이고 결국 그 사람도 나중에 증상이 나타난다.
최근 집단 감염이 이뤄진 서울 콜센터 직원 중에도 처음에는 어떤 증상도 나타나지 않은 분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분들도 4~5일 지나면서 발열 등 증상이 나타는 사례가 있다. 이들이 처음에는 증상이 경미하니까 못 느끼고 있다가 나중에 증상이 생기는 것이다.
Q 대부분 바이러스는 무증상 감염은 어렵지 않나? 코로나19는 왜 무증상 감염이 가능한가.
A 코로나19의 특징이라고 하면 감염된 후 초반에 바이러스 배출량이 가장 많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메르스는 감염되고 1주일 뒤에 바이러스 배출이 가장 심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감염된 후 극 초반에 많다. 예를 들면 기침하면 마스크를 쓰자고 하는데 코로나19는 기침이 나오면 이미 많은 양의 바이러스 배출이 진행된 후다. 그렇기 때문에 증상이 없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전파가 이뤄진 것이다. 이 같은 특징은 코로나19 방역의 어려움을 잘 보여주는 사례기도 하다.
Q 방역이 어렵다보니 코로나19가 토착화할 가능성이 나온다. 앞으로 코로나19의 결말을 예측한다면.
A 코로나19는 항체가 생겨도 오래 가지 않는다. 홍역은 백신 맞으면 20년 정도 항체가 유지되는데 독감은 그렇지 않아서 백신을 매년 맞지 않나. 근데 코로나19는 독감보다 항체 유지가 더 안 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도 마찬가지로 변이가 자주 발생할 것이고 한번 걸렸다고 항체가 오래 유지되지도 않는다. 그러면 추측이지만 계절성 독감처럼 코로나19가 아예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은 메르스와 비슷하다. 메르스는 종식되지 않고 중동지방에서 계속 환자를 발생시키고 있다. 다만 메르스는 사람간 전파는 뛰어나지 않고 낙타라는 중간 숙주를 통해 사람에게 전파된다. 그래서 중동지방에 국한해 메르스 환자가 나오는 것이다. 다만 코로나19는 전 세계에서 매년 발생할 것이다. 코로나19는 사람간 전파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Q 전파력이 강한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A 지난 2017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마련한 ‘유행성 인플루엔자 예방을 위한 지역사회 완화 지침’이 있다. 이 중 ‘비약물적 중재(nonpharmaceutical inter-ventions)’가 있는데 열나면 집에 있고 기침 예절을 지키고 손을 씻는 것은 기본이고, 가족까지 3일은 집에 있으라고 한다. 물론 코로나19는 인플루엔자와 달리 3~5일째 가장 많이 배출되고, 2주간 천천히 배출량이 떨어지니 이 기준보다 더 강해야 한다. 이와 함께 사회적 거리두기도 계속 유지해야 한다.
Q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데.
A 현재 코로나19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회적 거리두기 뿐이다. 그러나 계속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어딘가에서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 사태를 끝내려면 결국 백신이 유일한 돌파구다. 하지만 백신이 나오려면 아무리 빨라야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것도 백신 개발이 순조롭게 이뤄졌을 때를 가정한 경우다.
백신 개발은 실패할 수도 있다. 영국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포기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국 정부도 앞으로 지금처럼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계속 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할 시점이 올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정부가 현실적 타협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앞으로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방역 당국이나 시민이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A 환절기에는 일반적으로 호흡기 증상이 많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일반 병원으로 호흡기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도 더 많이 방문할 것이다. 그런데 재채기, 콧물 등 코로나19 증세가 일반 호흡기 증상과 비슷해 이 둘을 정확히 분류해내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코로나19 전파 위험성도 더 높아진다.
결국 지금 중앙정부와 감염학회 등 민·관이 모여 논의하고 있는 것이 호흡기 증상만 따로 진료하는 센터를 만드는 것이다. 일반 병원에서는 호흡기 환자를 진료하지 않고 별도의 센터에서만 진료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시민 여러분도 개인 수칙을 철저히 지키시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나서줘야 한다.
대담=이민우부장·정리=이승욱기자
사진=장용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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