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산업생산·소비·투자가 ‘트리플 추락’했다. 특히 생산(-3.5%)과 소비(-6.0%) 감소폭은 9년래 최대다. 금융시장 초토화에 이어 실물 지표의 동반 폭락이 확인된 것이다.
이런 판국에 정부는 연일 ‘돈 풀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1천400만 가구에 최대 100만원씩 주는 코로나 피해 지원책에 모두 9조원이 든다. 이 중 상당 부분은 또 빚(적자 국채)을 낼 전망이다. 경제 부총리도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했다. 당초 기획재정부가 추진했던 것은 1천만 가구에 최대 100만원씩 주는 방안이었으나 더불어민주당이 지원대상의 대폭 확대를 요구해 소득 하위 70%의 명확한 기준도 없이 발표했다.
‘돈 풀기’에는 야당과 지자체도 따로 없다. 당장 9조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이 소비를 떠받치는 데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무너진 생산과 투자에 대해선 언급조차 없다. 고통을 겪는 취약계층과 소상공인 등에 대한 핀셋 지원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지급 범위가 적절하지 않다. 전체 가구의 70%면 월소득 712만원, 연간 8천500만원까지다. 이들에게 주는 돈은 생계 지원도 아니고, 소비 진작 효과도 크지 않다. 그러니 ‘총선을 겨냥한 선심’이란 의혹이 나온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그동안 제각각 돈을 주는 정책을 발표했다. 받는 지원이 중복되고 천차만별이 될 판이다. 지금 돈이 필요한 사람들은 텅 빈 식당 주인 등 자영업자와 아르바이트생들 같은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이다. 돈을 푸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푸는 것이 중요하다. 코로나가 단기간에 종식된다는 보장이 없고 이제 시작이라는 외신 보도는 우리 경제에 퍼펙트 스톰(초대형 경제위기)을 예고하고 있다. 노무라 증권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6%대로 추락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금융당국이 기업어음(CP)과 회사채 매입에 나서고 있지만 매출이 급감한 항공·관광 서비스업과 자동차·기계장비 등 광공업의 유동성 위기가 심각하다.
이미 경제 전반에 빨간불이 켜졌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대량해고는 필연적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은 반짝 소비를 자극할 뿐이다. 그 재원도 국민이 낸 세금이다. 기업을 살려 일자리를 유지하게 하면 지속적인 소득과 소비가 가능하다. 무작정 국채를 찍어 돈을 조달할 수는 없다. 국채와 회사채 금리가 오르면 재정 부담이 더 늘고 휘청거리는 기업들은 치명상을 입는다. 무너지는 경제 활력을 세우는 일이 화급하다. 경제계가 호소하는 ‘규제 일시동결’을 비롯해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쏟아내야 한다. 상처는 곪아가는데 피부에 소독약만 바르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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