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경찰관들이 주취자에게 황당한 요구를 받고, 폭행까지 당하고 있다.
5일 인천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지역 내에서 경찰관에게 폭행·협박을 하는 등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26일 오전 0시 5분께 미추홀구의 한 도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A씨(38)는 출동한 도화지구대 소속 B 순경(31)을 폭행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 치상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됐다. A씨는 B 순경에게 “담배를 사다 달라”고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자 머리에 박치기를 하고 몸을 밀치는 등 폭행했다.
B 순경은 “A씨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손가락이 부러져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같은 달 19일에도 오전 0시께 미추홀구 주안동에서 폭행을 당했다고 허위 신고를 한 40대 남성이 출동한 경찰관에게 자신의 차를 찾아달라며 멱살을 잡고 몸을 밀치는 폭행 사건도 있다.
주안역지구대의 C 경감은 “유흥업소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주취자에게 욕설을 듣거나 멱살을 잡히는 경우가 하루에 3∼4번씩은 일어난다”며 “폭력과 인격 모독 발언 등으로 고통받는 경찰관이 많다”고 했다.
지난 3월 6일에는 경찰관 2명을 폭행한 혐의로 삼산경찰서에 체포된 D씨(56)가 경찰의 얼굴에 침을 뱉고 “코로나19에 걸렸다”고 거짓말을 해서 경찰관 10여명이 9시간가량 격리해 공분을 산 사건도 있다.
인천청에 따르면 2016∼2018년 3년간 폭행·협박 등으로 인천 경찰의 직무집행을 방해해 검거된 사람은 2천199명이다.
그러나 공무집행방해 사건으로 입건하지 않고 돌려보내는 일도 많아, 실제 경찰관이 당하는 폭행 등의 업무방해 건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숭의지구대의 E 경감은 “주취자로부터 폭행을 당해도 일일이 사건으로 처리하지 않고 그냥 넘긴다”며 “머리로 가슴팍을 밀거나 욕설을 하는 경우는 셀 수 없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공무집행방해죄의 기준을 다양하게 하고 처벌을 더욱 엄중하게 해서 욕설, 폭력 등으로 고통받는 경찰관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보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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