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개학 앞두고 청소년 음란 콘텐츠 시청 ‘무방비’

#사례1. 올해 초등학교에 진학한 자녀를 둔 학부모 A씨(38ㆍ수원)는 최근 당혹스러운 일을 겪었다. 효율적인 학습을 위해 사준 아이의 태블릿PC를 살펴보던 중 유튜브 시청기록에서 음란 콘텐츠가 발견된 것이다. A씨는 “요즘 같은 시대에 아이에게 인터넷을 아예 못 쓰게 할 수는 없다”면서도 “이러한 영상이 올라와 있다는 사실도 문제지만, 성인인증 절차도 없이 모두에게 노출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례2. 중학생 자녀 둘을 둔 학부모 B씨(45ㆍ용인)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아이가 유튜브로 ‘동남아 성매매 업소 방문기’를 시청 중인 것을 보고 놀라서 핸드폰을 압수했다가 아이와 냉전을 벌였다는 것이다. B씨는 “온라인 개학으로 유튜브를 활용한 원격수업도 생긴다고 들었다”며 “사춘기를 앞둔 아이가 유튜브에서 유해 영상을 보고 잘못된 성 인식을 배울까 걱정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사상 첫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학생들의 ‘유튜브’ 사용량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음란 콘텐츠 등이 아무런 제재 없이 청소년들에게 노출, 학생들에게 잘못된 성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6일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의 87.4%가 관심 있는 주제가 있을 때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유튜브’를 이용한 사람은 98.1%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아울러 지난 3일 경기도교육청이 배포한 원격수업 운영 매뉴얼에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이 포함되면서 학생들의 유튜브 접근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유튜브에 다수의 음란 콘텐츠가 아무런 제재 없이 게시될 뿐만 아니라 성인인증 등 별도의 절차도 없어 청소년이 마음대로 시청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실제 유튜브 검색창에 음란 콘텐츠를 연상시키는 특정 단어를 입력하면 성매매 업소 후기, 조건만남 광고부터 심지어 음란물까지 버젓이 업로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영상의 썸네일에는 성기가 노출되기까지 했으나, 모두 로그인이나 별도 절차 없이 시청할 수 있었다. 게다가 지난 2월28일에는 유튜브의 실시간 스트리밍 기능을 통해 온종일 성인물이 송출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유튜브가 해외사업자인 탓에 유해 콘텐츠가 올라와도 직접 삭제를 요구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KT 등의 통신망사업자를 통해 해당 콘텐츠에 대한 ‘접속차단’에 나서고 있다. 방심위에 따르면 지난해 성매매ㆍ음란 콘텐츠로 심의받아 시정요구가 들어간 5만2천492건 중 2만7천270건(51.9%)이 유튜브, 구글, 페이스북 등의 해외사업자에 대한 접속차단으로 나타났다.

방심위 관계자는 “네이버, 다음 등의 국내 포털은 유해 콘텐츠에 대해 삭제 요청이 가능하지만, 유튜브는 해외사업자인 탓에 접속차단으로 시정 조치 중”이라며 “아울러 유튜브 측에 자율규제요청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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