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농사지으며 지금처럼 피해 심한 적 처음”

따뜻한 겨울에 앞당겨진 개화시기, 꽃샘추위에 과수농가 냉해 피해 극심

최근 일교차가 큰 꽃샘추위로 인해 도내 과수농가의 냉해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7일 오후 안성의 한 배농장에서 농민이 냉해를 입은 배꽃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네모안 사진 왼쪽은 정상, 오른쪽은 냉해를 입은 배꽃 모습). 윤원규기자
최근 일교차가 큰 꽃샘추위로 인해 도내 과수농가의 냉해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7일 오후 안성의 한 배농장에서 농민이 냉해를 입은 배꽃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네모안 사진 왼쪽은 정상, 오른쪽은 냉해를 입은 배꽃 모습). 윤원규기자

“40년 넘게 배 농사를 해왔는데 지금처럼 냉해 피해가 컸던 적은 처음입니다”

최근 갑작스럽게 찾아온 꽃샘추위로 경기도 내 과수농가에 극심한 냉해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따뜻한 겨울로 과수 개화기가 2주가량 앞당겨진 가운데 이달 초부터 새벽 사이 수은주가 영하권에 머무는 쌀쌀한 날씨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7일 찾은 안성 양성면의 경일농장. 4만 6천여㎡ 부지에서 배나무 1천500여 그루를 재배하는 이 농장은 최근 전례 없는 냉해 피해를 입었다. 이달 초부터 꽃샘추위가 이어지면서 새벽 최저기온이 영하 3도 이하로 떨어지자 꽃봉오리의 씨방이 모두 얼어버린 것이다. 씨방이 냉해를 입으면 수정이 힘들어져 열매를 잘 맺지 못하고, 열매를 맺더라도 기형적으로 자라 상품가치가 없게 된다.

특히 올해 초부터 따뜻한 겨울이 이어진 탓에 과수 개화기가 2주가량 앞당겨지면서 피해는 더욱 컸다. 꽃봉오리가 작을 때는 기온이 떨어져도 피해가 없지만, 봉우리가 커지면 냉해에 취약해진다.

실제로 이 농장의 꽃봉오리 50개를 직접 따 살펴본 결과 대부분 씨방이 얼어 검게 변해 있었다. 씨방이 얼지 않은 꽃봉오리는 단 3개(6%)에 불과했다. 이 농장은 이번 냉해 피해로 배 생산량이 9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근의 다른 농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대부분의 농장이 같은 수준의 피해를 호소하고 있었고, 냉해예방 장치인 방상펜 등이 부족한 농장의 피해규모는 더욱 컸다. 현재 지역농민들은 안성에서 배를 키우는 과수농가(930여㏊)의 80% 이상이 냉해 피해를 본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냉해로 인한 수확량 저하가 내년은 물론 내후년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수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꽃눈은 잎눈으로 바뀌면서 더는 과일을 맺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과수농가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씨방이 죽은 꽃에도 인공수정 작업을 해야 하지만 코로나19 탓에 사람을 구할 수 없는 인력난까지 겹치면서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오세남 경일농장 대표(64)는 “2년 전에도 냉해 피해가 있었지만, 지금처럼 크지는 않았다”며 “반평생 농사를 지어오면서 지금처럼 피해가 컸던 적은 처음이라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경기농협 관계자는 “최근 꽃샘추위가 닥치면서 안성과 남양주, 이천, 평택 등의 과수농가에서 냉해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피해 상황을 자세히 살펴 농가들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석원ㆍ김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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