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하위 계층 우선 지급’이 옳다

코로나19 초기, 재난소득 주장이 나왔다. 정부가 난색을 표했다. 홍남기 부총리도 안된다고 했다. 그러다가 상황이 급변했다. 결정적 분위기를 조성한 것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다. 2천500억 달러(약 310조원)를 국민에 주겠다고 했다. 미국 성인 1인에 1천 달러씩 주는 셈법이다. 이후 재난 지원금 지급이 대세가 됐다. 우리나라도 그렇다. 돌아보면 어이없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나 진보 진영이 트럼프 행정을 언제부터 그렇게 높이 쳤었나.

코로나와 선거가 맞물린 상황에 트럼프가 정당성을 터준 꼴이다. 이제 와 새삼스럽게 이를 언급할 필요는 없다. 재난 지원금은 ‘하위 70%에 4인 가구 100만원’으로 발표됐다. 대통령이 주겠다고 약속했다. 복지의 일반적 특징이 있다. 뒤로 가지 못한다. 취소할 수도, 줄일 수도 없는 게 복지다. 그런데 혼선이 생겼다. ‘하위 70%’를 둘러싼 기준 논란이다. 은퇴자 논란, 맞벌이 논란, 공무원 논란 등이 불거진다. 모두 정부를 향한 원성이 됐다.

야당 대표가 ‘전 국민에 50만원씩 주자’고 했다. 여당 대표도 ‘국민 모두에게 줘야 한다’고 했다. 선거판에 표심이 솔깃하다. ‘전 국민에 지급’이 대세로 자리했다. 우리의 입장은 변함없다. 재난 지원금을 돈으로 나눠주는 것은 옳지 않다. 하지만, 밝혔듯이 논란의 시기는 지났다. 지원금을 주겠다고 했으니 줘야 한다. 지금 고민해야 할 것은 그 방법이다. ‘국민 모두에게 분배’는 옳지 않다. 표심을 사려는 매표다. 정의롭지도 않다.

‘하위 70%’가 옳다. ‘가난한 계층’에 지급해야 한다. 코로나19 지원금을 잘못 해석하고 있다. 코로나19 피해에 대한 직접적 피해 보전이라고 해석하면 안 된다. 그 논리면 피해 규모에 따라 지급해야 한다. 대기업, 유산계층에게 더 많이 줘야 한다. 그게 아니잖나.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계층에 주는 생계 보전형 지원이다. 일용직, 소상공인 등이 우선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 ‘표(票)’라는 유혹만 버리면 누구라도 도달하게 되는 결론이다.

그래야 할 근거 하나가 불거졌다. 국가 부채 현황이 보도됐다. 가히 공포스럽다. 사상 처음으로 1천750조원에 육박했다. 세금 안 걷힌 걸 충당하려는 국채 발행이 5년만에 늘었기 때문이다. 국민 1인당 빚이 1천409만원이다. 이런 마당에 또 빚내서 나눠주는 돈이다. 당연히 100만원이 귀할 국민부터 줘야 한다. 오히려 ‘70%’도 너무 넓다. 그런데 다들 선거에 미쳐 있다. ‘전 국민 지급’에 도장을 찍어 놓을 것 같다. 그래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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