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을 며칠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공공기관 지방 추가 이전’ 추진을 밝혔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6일 부산에서 “총선이 끝나면 ‘공공기관 지방 이전 시즌2’를 할 것”이라며 “지역과 협의해서 많은 공공기관을 반드시 이전하도록 하는 공공기관 이전정책을 확정 짓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국을 다녀보면 절실히 요구하는 게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다. 참여정부 이후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많이 이전됐지만, 대부분 서울 근처 아니면 경기도 대도시여서 국가균형발전과는 아무 관계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2018년 국회 연설에서 122개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22개 공공기관 중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기업은행, 한국공항공사 등이 포함된다. 근무 인원만 5만8천여명에 이른다. 당시 거센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122개 기관을 모두 이전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국가균형발전법에 따라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진행하겠다고 했다.
총선을 코 앞에 두고 이해찬 대표가 ‘공공기관 지방 이전 시즌2’ 카드를 갑자기 꺼낸 것은 ‘지역 표심 잡기용’으로 보인다. 총선 득표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민심을 현혹 시키려는 구태한 선거전이다.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실효성 논란, 수도권-비수도권 갈등 등 여러 문제가 예견되는 적절치 않은 발언이다. 미래통합당은 “공공기관 이전을 지방에 주는 선물 보따리 정도로 생각하는 유치한 작전”이라고 비판했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선거 때마다 표심을 얻기 위한 ‘미끼’로 활용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에서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내놓은 이래 국토균형발전이란 명분으로 여권이 선거 때마다 써먹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선 뒤 “재미 좀 봤다”고 했고, 이후 2004년 제17대 총선을 앞두고 관련법이 통과돼 153개 공공기관이 10개 혁신도시로 이전했다. 당시 국무총리로 1차 이전을 주도했던 사람이 이 대표다.
153개 공공기관 이전이 마무리됐지만 업무 비효율이 크고 사회적 비용이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은 여전하고, 지자체의 재정 부족과 인구 감소도 마찬가지다. 교육·의료 등 생활 인프라 부족으로 가족 동반 이주가 어려워 상당수가 이산가족이다. 세종시 부작용과 국민 노후자금 700조원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공단의 난맥상이 상징적이다.
공공기관 이전은 신중한 검토와 국민적 공감대가 이뤄져야 한다. 정부와 여당이 무조건 밀어부칠 일이 절대 아니다. 인구의 절반인 수도권 주민은 결사 반대한다. 졸속으로 추진하면 엄청난 비효율을 자초한다. 여당 대표의 말 한마디에 KDB산업은행, 한국공항공사 등 이전 대상으로 떠오른 공공기관에선 “업무 성격상 수도권을 벗어나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여당 대표란 사람이 민심을 현혹하고, 대상 기관에 불안을 조장하고, 수도권-지방 편 가르기에 나서 갈등을 조장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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