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 인천공항, 농아인 대우는 ‘삼류’

인천국제공항에 농아인(청각·언어 장애인)을 위한 안내시스템이 없어 공항을 이용하는 농아인이 ‘정보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13일 사회보장정보시스템(행복e음)에 따르면 2월 기준 전국 농아인 수는 40만736명, 인천은 2만3천420명이다.

인천공항은 수하물 수취대나 탑승구 변경 등이 많아 농아인의 경우 수어통역사 없이는 공항 이용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인천공항에는 수어통역사와 안내영상 등이 전무한 상황이다.

농아인 A씨(45·여)는 “인천공항에서 부모님 선물을 반입 금지 물품으로 압수당했지만, 그 영문을 몰라 난처했다”며 “당시에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 며칠 뒤 수어통역사를 대동해 문제를 해결해 야했다”고 했다.

농아인 B씨(48)는 “입국하는 길에 탑승한 항공기의 수하물수취대가 변경됐다는 안내멘트를 듣지 못해 4시간 동안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대기하는 불편을 겪었다”고 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농아인을 위한 FIDS(운항정보안내판)로 수하물 수취구역 정보를 표시하는 등 문자 안내문 활용을 권유하고 있지만 수어에 익숙한 농아인이 국어로 적힌 안내판을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또 일부 높은 연령층의 농아인들은 애초 학교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결항이라는 단어를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문장이해력이 낮다.

정희찬 한국농아인협회 수어통역센터 중앙지원본부장은 “농아인들은 국어로 된 안내문을 봐도 수어와 문법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내용을 100% 이해하기 어렵다”며 “인천공항은 수어통역사를 배치하거나 안내 모니터에 수어안내영상을 첨부하는 등 농아인이 공항을 이용하는데 혼선을 빚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공사 관계자는 “현재 수어 통역사 배치 계획은 없고 수하물 안내, 승객 관리 등의 책임은 개별 항공사의 역할로 알고 있다”고 했다.

강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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