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스와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19 등 공포스런 질병이 창궐해도 늘 극복해 온 역사를 갖고 있다. 그 역사의 중심에는 의료인들이 있다. 이들은 질병 최전선에서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언제나 사회의 든든한 방패막이 돼 왔다. 오늘 주목하려 하는 단체는 ‘간호조무사’다. 간호조무사는 지난 1966년 의료보조원법시행령 제1조로 탄생한 이래로 지금까지 54년간 환자들과 호흡하고 의사, 간호사들과의 협업으로 우리 사회의 버팀목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들을 향한 조명은 늘 의사, 간호사들보다 떨어지기 마련이었다. 이에 본보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고군분투 중인 간호조무사를 조명하고 이들의 역사와 이들이 지향하는 방향을 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 간호보조원으로 시작해 현재까지… 환자들과 함께 호흡한 반 세기
간호조무사의 초기 명칭은 ‘간호보조원’으로 지난 1966년 의료보조원법시행령 제1조로 탄생해 1987년 10월30일 제137회 정기국회에서 현재 명칭으로 바뀌었다. 간호조무사는 탄생과 동시에 1976년까지 서독에 파견됐는데 그 규모는 4천51명으로 당시 전체 파견 간호인력의 40.3%에 육박했다. 출범 초기에는 장관 면허에 중졸 이상자에 한해 면허를 취득할 수 있었지만 1974년에 시ㆍ도지사 자격증, 1985년 고졸 이상자로 상향 조정돼 현재에 이르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사우디 해외취업자 100명 배출(1986) △회원의 자질향상을 위한 보수교육 법제화 관철(1990) △전국 보건지소 근무 중인 간호조무사 1천300여명 대상 보건진료보조원 임시직에서 보건직으로 정규직화 관철(1992) △노인장기요양보험법 방문간호인력에 간호조무사 포함 관철(2007) △수원여대ㆍ아주대ㆍ경복대에 방문 간호 간호조무사 전문 교육 개강(2007~2008) △유휴간호조무사의 고용노동부 재취업지원사업 위탁사업자 선정(2011) △간호조무사 재가요양기관 시설장 자격부여 촉구 결의안 경기도의회 본회의 만장일치 통과(2017) 등 유의미한 결과를 배출한 바 있다.
이 같은 활동은 단순히 간호조무사 단체의 권익 증진에만 머물지 않고 사회 공헌으로 이어졌다. 1960년대 결핵관리요원으로서 예방접종사업의 주축으로 활동한 걸 시작으로 이후 정신병동, 치료감호소, 소록도병원 등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공익 증진을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
■ 코로나19 사태와 고령화사회 속 간호조무사 역할은?… ‘커뮤니티 케어’에 초점 맞춘다
코로나19가 지난 1월말 국내에 본격 확산됨에 따라 의료진의 역할이 커지자 간호조무사들도 너나할 것 없이 의료 최전선에 뛰어들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대구ㆍ경북 지역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에 따른 자원 간호조무사 숫자는 500여명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협회는 지난달 초부터 코로나19에 맞서는 대구ㆍ경북 지역 간호조무사를 위한 마스크, 성금 기부 행사를 진행해 꾸준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협회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사회적 문제로 대두돼 현재도 거론되고 있는 ‘사회의 고령화’에도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국내 인구는 5천101만명으로 이들은 2065년 인구가 4천302만명으로 눈에 띄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9년부터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아지는 자연감소가 시작해 생산인구는 감소하고 고령인구는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협회는 보건복지부에서 2050년대 65세 이상 치매인구가 2015년 대비 4.2배 이상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는만큼 ‘커뮤니티 케어’의 도입과 빠른 확장을 주장하고 있다. 커뮤니티 케어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이라는 의미다. 주민들이 기존에 살던 곳에서 거주하면서 주거, 보건의료, 요양, 돌봄, 독립생활 지원이 통합적으로 확보되는 지역 주도형 사회서비스 정책을 골자로 하고 있다.
2026년 이후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지난 2017년 노인실태조사에서 노인의 57.6%가 거동이 불편해도 살던 곳에서 여생을 마치고 싶다고 응답한데다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이용하는 노인 수발 가족들의 80% 이상이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한만큼 정부 차원의 커뮤니티 도입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협회는 꾸준히 간호조무사를 비롯해 간호사, 병동지원인력, 재활지원인력이 하나된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서 간호조무사의 권익이 신장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서비스에서 간호사는 전문 영역의 간호 행위를, 병동지원인력은 병동 행정업무 보조와 환자와 약품 이송 등을 담당한다. 재활지원인력은 간호사의 지도ㆍ감독 하에 환자 신체활동을 보조한다. 여기서 간호조무사는 간호사의 지휘 하에 간호 보조와 환자의 일상생활을 보조하는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협회 관계자는 “간호조무사의 현행 업무 중 간호조무사를 간호보조인력이 아닌 간호인력으로 인정할 것을 촉구하는 입장”이라며 “이들의 위임불가업무에 대한 기준과 범주만 정하고 구체적인 업무구분은 병원 특성과 현장 상황에 맞게 자율적으로 시행할 수 있게 해 간호업무 집중도를 높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 경기도간호조무사회, “45년 역사 속 도민과 함께해… 제 역할에 충실한 단체될 것”
경기도간호조무사회는 지난 1974년 12월 한국간호보조원협회(현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출범 후 이듬해 4월 김경희 초대 경기도간호조무사회장이 취임하며 태동을 알렸다. 이후 지난해 2월 김부영 현(現) 회장이 제16대 회장으로 취임하기까지 회원 권익 옹호, 역량 유지를 위한 법정 보수 교육, 회원 근무 실태 조사, 각종 간담회 개최 등 의미 깊은 활동을 이어왔다.
45년 역사 속 하이라이트는 지난 2004년부터 수원 장안대, 수원여대 등에서 위탁 교육을 실시한 걸 시작으로 지난 2012년 평택 국제대에 간호조무학과를 신설한 사건이다. 당시 국제대는 신입생 40명과 함께 국내 최초 간호조무학과 운영을 시작했다. 이 사건은 간호조무사 역사에 있어서 초창기 국립 양성소에서 간호보조원을 양성하다 사설 간호학원 양성 시스템으로 전환된 이후 최초의 제도권 양성 과정이었다. 수십년 째 보건의료계에서 간호조무사의 전문성과 기량 관리를 향한 요구가 있었던 만큼 간호조무사를 위한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과 양성과정 확립은 물론 보건의료서비스 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받는다.
경기도간호조무사회 차원의 꾸준한 국내ㆍ외 봉사활동도 간호조무사의 권익 신장과 사회 공헌에 이바지했다는 평이다. 최근 10여년 사이 세계 도자비엔날레 이천행사장 자원봉사를 시작으로 몽골 보르네르 유목민 지역 의료 봉사활동, 수원 화성행궁 한의약 체험행사, 고양 학교스포츠클럽 한마당 행사, 캄보디아 의료봉사 등 약 60회에 이르는 의료봉사에 나서며 도민 사랑에 적극 앞장섰다.
김부영 경기도간호조무사회 회장은 “45년 역사 동안 의료계가 도민들과 늘 밀접하게 존재해 온 만큼 경기도간호조무사회도 도민들의 곁을 꾸준히 지켜왔다”라며 “앞으로도 도민과 함께하며 사회 공헌, 도민 건강 증진, 간호조무사 권익 수호 등에 앞장서겠다”라고 말했다.
권오탁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