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_21대 국회에 바란다] 국민 동의 속 헌법 개정 절실

▲ 박상철 교수R_0

선거는 결과로 말한다. 야당에게 발목이 잡혀 일을 못했다는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압도적인 반면, 미래통합당에게는 궤멸적 패배를 안겨줬다. 역대 보기 드문 균형 잃은 선거결과지만, 한국정치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간명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후에 바뀐 정치지형을 읽는 데 실패했고 샅바싸움에서도 졌다. 원래 한국에서 보수지지층이 두터웠으나 촛불혁명을 거치면서 중도와 진보층이 그 자리를 대체했는데, 변화를 읽지 못했다. 선거기간 초반부터 ‘여론은 뒤바뀐다’라는 말을 주문과 같이 반복하고 있을 뿐이었다. 특히 코로나19 정국은 선거에서의 모든 정책과 논쟁을 중지시키고 있었고, 미래통합당은 ‘조국살리기냐, 경제살리기냐’의 선거프레임 걸기도 실패해 씨름경기로 치자면 샅바도 제대로 못 잡았다.

만약 선거의 패배를 코로나19 탓으로 돌린다면 미래통합당에게 내일은 없다. 미래통합당은 창당과정에서부터 통합적이거나 미래지향적인 면모가 전혀 없었다. 보수통합을 표방했으나 과거 한나라당의 친이ㆍ친박 계열을 합치는 데도 미치지 못했고, 미래지향적인 정책개발과 인재영입이 보이지 않았다. 유권자에게 수권야당의 취급을 받지 못한 것이다.

180석의 집권여당에도 정치적 난제와 적지 않은 숙제가 있다. ‘연필 길다고 시험 잘 보냐’는 농담이 있듯이 국회에서 의석수가 만사형통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당선인들의 면면을 살필 경우 이념과 정치적 색깔에 따른 파열음이 염려된다. 역대 거대정당들의 취약점이 당내 소통 및 민주적 의사결정구조의 결여에 있었음을 인식하고 이에 상응하는 집권정당형 정치방식과 정치플랜을 치밀하게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거대정당으로서 당내 의사소통과 함께 소수야당과의 대화 방식도 고안해내야 할 것이다. 절대다수 집권여당존재의 정치에서 극렬한 대결구도와 소수야당 장외정치가 생겨날 경우 그 정치력의 무기력화는 급속히 이뤄지기 십상이다. 힘의 정치에 익숙한 한국정치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전혀 다른 정치숙제를 받은 셈이다.

제20대 국회를 마감하고 제21대 국회를 여는 여의도 정치에 반드시 해결할 세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비례정당으로 호칭되는 위성정당의 출현은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된다. 국민의 민주적인 의사형성이 정당의 제일의 과제인데, 위성정당은 창당과 선거참여 그리고 공천과정에서 국민과 완전 무관하게 작동됐다. 친목단체와 같은 수준의 임의단체에 선거공영제의 혜택을 주고 국민의 심판을 받게 만든 것은 입법자들의 오만이자 민주역사의 재앙이었다. 위성정당 대부분이 본 정당에 예속 및 종속돼 있어 다행이지, 만약 위성정당이 본 정당을 떠나 새로운 행성으로 둔갑할 경우 한국정치의 민주적 질서는 많이 망가질 것이다. 20대 국회든 21대 국회든 위성정당금지의 선거법개정은 따질 것 없는 정치적 책무이다.

둘째, 소위 국회 선진화법은 국회에서의 절대다수의석에 대한 집념과 집착을 갖게 하고 국민에게 필요한 법률공급을 제 때 제 때 못하게 해왔다. 동물국회를 지양하려다가 식물국회가 돼버린 것이 제20대 국회라는 것이 통설이 됐다. 대화와 타협이 의회정치의 핵심이지만 그것으로 인해 법률생산을 막아버리는 국회 선진화법의 구조를 이대로 방치시킬 수는 없다. 제19대 국회 마무리단계에서 만들어진 국회법개정이었기에 20대 국회가 스스로 국회 선진화법의 족쇄를 풀어주는 것이 정치적 예의이자 책무라고 본다.

끝으로 21대 국회에서 꼭 성사시키야 할 헌정사적 과업으로는 대한민국 헌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5년 단임제가 가진 정치적 폐단은 너무나도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국민에게 선출권만 있지 주기적인 심판권이 없기에 단임제대통령의 권력은 민주적 통제로부터 벗어나는 경우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6ㆍ10 항쟁 후 여ㆍ야가 급히 만든 현행 헌법에는 박정희 정권의 반헌정적 유산과 제5공화국 헌법의 좋지 않은 조항들이 그대로 답습돼 있어서 개헌 공약은 선거 때마다 단골메뉴였었다. 거대 여당과 작은 야당이 불균형적 출발을 하는 제21대 국회이지만, 헌법을 개정하는 것은 국민의 동의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기에 역사적 평가를 받을만하다 하겠다.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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