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기피하고 혼자 사는 것이 편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일반적인 사람들은 최고의 결혼 상대자를 만나 행복하게 사는 것을 희망한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영위하기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아래의 세 가지 조건만 맞는다면 그 누구와 결혼해도 행복할 수 있다.
첫째, 남녀가 서로 맞춰 줄 수 있어야 한다. 아날로그 시계는 톱니바퀴가 맞물리는 힘으로 돌아간다. 결혼은 톱니가 울퉁불퉁한 사람들끼리 만나는 것이다. 결혼 후 자신을 깎고 다듬어 예쁜 톱니로 만들어야 한다.
둘째, 마음을 비워야 한다. 배우자가 나에게 해 줄 것을 생각하지 말고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결혼은 남녀가 서로, ‘저 사람은 나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할 때 성사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나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나밖에 없다. 정호승 시인은 ‘만남에 대하여 진정으로 기도해온 사람과 결혼하라’고 했다. 어린아이처럼 이기적인 사람은 곤란하다. ‘만남의 가치’를 아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상대방에 대해 욕심을 버려야 한다. 상대방이 억지로 나에게 맞추도록 강제해서는 안 된다. 이 점에서, 결혼의 성패는 ‘나’의 문제다. 상대방과 약간은 거리를 두는 것도 좋다. 대성당의 기둥은 서로 떨어져 무게를 지탱한다.
셋째, 거짓을 걷어내고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조선시대 후기 ‘얼개화꾼’이라는 말이 있었다. 당시 조선에는 개화의 바람이 불면서 많은 개화꾼들이 나타났다. 사람들은 신식 양복에 자전거를 타고, 혁신적 사상을 표방하는 ‘개화꾼’들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덩달아 생겨난 것이 얼개화꾼들이다. 얼개화꾼은 개화꾼이 아니면서, 개화꾼인척 외모와 사상, 지식을 치장하는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진짜 개화꾼은 조급하지 않다. 그저 자신이 걸어가는 길을 묵묵히 걸어갈 뿐이다. 몸 바쁘고, 마음 혼란하고, 조급해하는 것은 개화꾼 흉내 내기 바쁜 얼개화꾼들이다. 훌륭한 결혼생활에 대한 희망은 묵직함에서 나온다. 거짓과 위선으로 붕 떠 있는 마음에는 희망이 뿌리내리지 못한다.
‘결혼 잘하는 법’을 쓰고 보니, 그 내용이 ‘정치 잘하는 법’이 됐다. 결혼을 계획하는 이들을 위해 시작한 글이 4·15 총선에서 승리한 분들을 위한 글이 됐다.
남녀가 서로 맞추어 평생을 행복하게 살려면 서로 깎이고 다듬어져야 하듯, 21대 국회가 국민을 배우자로 여기며 서로를 위한 깎임을 거부하는 일이 없기를 희망한다. 또한, 국민의 배우자인 국회가 나에게 해줄 것을 생각하기보다 내가 배우자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하며 일하길 바란다. 이를 위해 마음을 다해 사랑하되 그 마음으로 배우자를 묶지 않는 진정한 비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사랑보다는 신뢰가 먼저인 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아무리 뜨거운 사랑이라 할지라도 신뢰를 한 번 잃으면 사랑의 관계는 깨지게 마련이다. 거짓과 위선으로 떠 있는 마음 안에는 신뢰의 형성도 희망의 불씨도 만들어질 수 없다. 이제 시작된 21대 국회가 배우자인 국민의 뜻을 헤아리고 섬기는 일에 소홀함 없이 본연의 직무를 묵묵히 수행해나갈 수 있길 희망해 본다.
김창해 천주교 수원교구 신부(사회복음화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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