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짜리 ‘손세정제 용기’ 200만개…학교현장 “쓸모없어”

경기도교육청이 도내 학교에 내려 보낸 1개당 100원짜리 손세정제 용기(60㏄ 크기의 플라스틱 물약통) 모습. 독자제공
경기도교육청이 도내 학교에 내려 보낸 1개당 100원짜리 손세정제 용기(60㏄ 크기의 플라스틱 물약통) 모습. 독자제공

경기도교육청이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도내 초ㆍ중ㆍ고교에 ‘손세정제 용기’를 배분(본보 3월13일자 3면)키로 한 가운데, 해당 용기를 전달받은 학교들은 구체적인 활용책이 없다며 사실상 방치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한 달 전, 도교육청이 손세정제 용기 구입비로 2억원을 책정했을 때부터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제기됐던 터라 현장의 불만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경기지역 각급 학교들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1개당 100원짜리 플라스틱 물약통(60㏄)과 ‘먹지 마시오’라는 문구가 적힌 라벨스티커를 학교별 수량대로 내려 보내기로 했다.

앞서 지난달 중순께 도교육청은 개학 이후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학생들에게 손세정제를 직접 만들도록 하는 내용의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기로 하고, 이 일환으로 플라스틱 용기 200만개를 구매하기 위한 추경 예산 2억원을 확보한 바 있다.

즉 이번에 학교에 배분된 물약통은 손세정제 만들기 교육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학교들은 5월5일이 지나 등교개학이 시행되면 이 용기를 활용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학교 반응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현재 코로나19 장기화로 개학일 및 시업시수 등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프로젝트 수업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손세정제 용기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한숨이 나온다. 또 긴급돌봄 수요가 급증하고 있음은 물론, 온라인 수업 과정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손세정제 만드는 수업마저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목소리다.

경기남부권의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컴퓨터실 키보드 방역이나 코로나19 발생 시 대응 모의훈련 등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며 “여러 학교 선생님들이 ‘100원짜리 사업’이라고 자조적으로 웃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측은 ‘실질적 방역 효과 보단 자기주도적 교육 역량을 강화하자는 취지’라는 입장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손세정제 용기를 지급한 건 방역물품으로서의 기능을 강조하기보다는 자주 손을 씻는 등 감염병 예방을 위한 교육적 경각심을 주자는 목적”이라며 “개학 이후 학교 여건에 따라 수업을 진행해나가고 용기를 관리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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