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개학에 진땀 빼는 다문화가정 부모들

“다른 엄마들은 출석 확인도 대신해 준다는데, 전 한국어가 서툴러서 못 도와주니 정말 미안한 마음 뿐입니다.”

3년 전 베트남에서 온 A씨(40·중구)는 초등학교 4학년 아이가 온라인 개학을 하면서 매일 미안한 마음으로 지낸다. 한국어가 서투른 탓에 학교로부터 받는 원격 수업 공지 내용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A씨는 “아이 수업 공지를 문자메시지로 받았는데 다 한글이다”며 “아이가 어려서 출석 확인을 대신해 줘야 한다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친구에게 물어봐 겨우 해결했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인천지역 학교들이 온라인으로 개학하면서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학습격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인천시교육청이 EBS 온라인클래스, e학습터의 이용방법 등을 한글로만 안내해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 부모들이 아이의 수업을 제대로 챙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23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2019년 4월 1일 기준 인천지역의 다문화가정 학생 수는 총 7천914명, 이 중 초교생은 5천866명이다.

초교 온라인 개학을 이른바 ‘학부모 개학’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로 수업을 위해 부모 손길이 절실하지만, 다문화가정 부모들은 관련 내용을 이해조차 하지 못하는 셈이다.

중국인 B씨(41·중구)는 “다문화가정 학부모들은 아이의 공부를 챙길 수 없어 친구들보다 못 배울까 걱정”이라며 “이용 방법 등 꼭 필요한 안내는 다국적 매뉴얼을 만들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교육청이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않자 오래전 귀화한 다문화가정 학부모들이 앞장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10년 전 한국으로 귀화한 베트남인 C씨(30·중구)는 지난 20일부터 매일 오전 베트남인 친구들의 아이를 불러 출석 확인을 돕고 있다. C씨는 “e학습터 회원가입, 로그인 방법 등을 물어보는 친구들 전화가 하루에 10통 넘게 온다”며 “엄마가 챙겨줄 수 없으니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이 10명을 매일 아침 불러서 출석체크를 해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문화가정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각 학교에 이중언어 교사와 번역을 해줄 수 있는 인력을 제공하겠다는 공문을 보내서, 실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이 있다는 것을 잘 알지 못했다”며 “각 학교와 더욱 밀접하게 소통해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교육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보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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