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구로 콜센터 공기청정기 지원…"가이드라인 없어"

정부가 구로구 콜센터에서 집단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나온 후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콜센터에 공기청정기 설치 비용 등을 지원키로 했지만, 제대로된 가이드라인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가이드라인 없는 공기청정기 지원은 오히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확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29일 가천대 길병원 함승헌 직업환경의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공기청정기는 설치 위치에 따라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공기 중으로 확산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기청정기의 정화 원리를 보면 기계 아래쪽에서 오염물질이 섞인 공기를 흡입해 필터를 거친 후 정화한 공기를 배출한다. 이때 배출구에서 강한 바람이 생기게 되는데, 함 교수는 이 점을 주목했다.

정부가 정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공기청정기 구입 비용을 지원한 탓에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바닥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함 교수는 낮은 위치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면 노동자의 입에서 나온 비말이 배출구의 바람을 타고 퍼져 공기청정가 확산의 매개체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때문에 공기청정기의 흡입 부위를 노동자의 기침 등 비말이 발산하는 위치에 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노동자의 앉은 키에 맞춰 되도록 책상 위 정도 높이에 설치해야 비말을 흡입해 정화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함 교수는 “올바른 설치 및 사용방법에 대한 가이드라인 없이 보급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며 “다만 공기청정기를 올바르게만 사용한다면 노동자들의 심리적 안정 등의 효과는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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