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인천Utd 주식 인수 추진…축구계 "市 정치조직화 우려"

인천시가 프로축구 인천유나이티드FC(이하 인천Utd)의 인천시체육회 보유 주식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역 축구계에서는 시가 인천Utd를 ‘정치 조직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시에 따르면 2020년부터 민선 시체육회장 시대가 열리면서 시체육회가 보유 중인 인천Utd 주식을 가져오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자칫 선거를 통해 뽑힌 시체육회장이 독단으로 인천Utd를 장악, 구단주인 박남춘 시장의 생각과 다른 방식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체육회는 인천Utd 주식 약 1천400만주(69억7천850만원) 중 191만주(9억5천600만원)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이는 인천Utd 전체 주식 중 13.7%에 해당한다.

앞서 열린 시체육회 선거에서는 유정복 전 인천시장 시절 대표이사를 맡던 강인덕 전 대표이사가 체육회장에 뽑히기도 했다. 불법선거운동 등의 이유로 재선거를 치러 다시 송영길 시장 시절 시체육회 사무처장인 이규생 후보가 체육회장에 뽑혔지만, 시는 인천Utd의 운영권을 뺏길까 우려하고 있다.

상법상 전체 의결권의 25% 이상이면 이사와 감사 선임 등 보통결의 요건을 갖춘다. 또 전체 의결권의 33% 이상의 주식을 가지면 대표 이사 해임, 정관변경 등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한다. 결국 시체육회가 추가로 11.3% 또는 19.3%의 우호 지분을 확보하면 각각 보통결의와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할 수 있어 인천Utd 운영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셈이다. 그동안 시는 시체육회가 보유한 주식을 활용해 대표이사 선임 등을 추진해왔다.

현재 시가 유력하게 검토 중인 방식은 시체육회가 가진 주식을 기부받는 경상남도 방식이다. 경남체육회는 최근 보유 중이던 주식을 경상남도에 자진 기부했다. 상법상 공공기관이 민간 주식회사의 주식을 매입할 수 없지만 기부 형태로는 주식을 보유할 수 있다.

시는 또 시체육회가 가진 주식을 장애인체육회에 무상으로 제공한 성남시 사례 등도 분석 중이다. 장애인체육회장은 선거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장이 겸임하기 때문에 사실상 시의 구단 운영 권한이 높아진다.

하지만 시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지역 축구계에서는 인천Utd의 정치적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민선 시체육회장 시대가 열리면서 명목상으로 시체육회의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시가 다시 인천Utd의 주식을 가져가는 것은 스포츠와 정치의 분리라는 흐름을 역행한다는 것이다.

정종록 인천유나이티드 시민주주연합회장은 “인천Utd는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축구 전문가가 아닌 지자체장의 측근이 내려왔다”며 “시체육회는 이번에 민선체육회 시대를 열면서 어느정도 정치적 독립을 이뤄냈는데, 시가 다시 주식을 가져간다면 인천Utd가 정권 홍보 목적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주식을 확보는 검토 중일뿐 확정한 건 아니다”라며 “다른 지자체의 사례와 여론 등을 분석해 최종 주식 확보 여부나 방법 등을 결정하겠다”라고 했다.

이승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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