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청라 영상·문화 콘텐츠 제작단지 첫단추 못끼워

인천시 투자유치기획위, “주관사의 실적 등 전무하고 자기자본 부족”

인천시가 청라국제도시에 추진 중인 영상·문화 콘텐츠 제작단지 조성 사업이 첫 단추를 끼우지 못하고 있다. 8천억원대 대규모 사업인데도 주관사의 실적이 전무하고, 자기 자본금이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하지 못 하면 부실 사업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4일 시에 따르면 최근 투자유치기획위원회 제3차 회의를 열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올린 ‘청라 영상·문화 콘텐츠 제작단지 조성 양해각서 체결(안)’에 대해 보류했다.

청라 영상·문화 콘텐츠 제작단지 조성 사업은 인천 서구 청라 투자용지 5-4블럭 인근 약 11만9천㎡에 방송통신시설, 세계 음식문화 관광거리, 미디어센터 스튜디오, 업무시설 등을 조성하는 것이다. 총 사업비는 8천400억원이며 예닮글로벌이 사업 주관을 맡고 한국자산신탁, MBC 아트, EBS 미디어 등 국내기업과 Actis 등 외국 투자기업이 참여한다.

그러나 위원회는 자칫 이 사업이 부실 추진 가능성이 있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지난 2016년 설립한 주관사 예닮글로벌은 2018년 부천영상문화산업단지 복합개발 사업자 공모에 사업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본격적으로 관련 사업에 나선 만큼 실적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앞서 위원회 자문단은 예닮글로벌 대표의 경력이 청라 영상·문화 콘텐츠 제작단지 조성 사업 정도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한 경험이 없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위원회는 사업 주요 투자자의 총 자본금 420억원 중 예닮글로벌의 지분이 고작 11%(54억6천만원)로 다른 투자사보다 낮은 것에 대해서도 살펴봤다. 외투 기업인 Actis는 30%(126억원), 한국토지신탁 19%(79억8천만원)의 지분율을 보여 초기 사업 추진 과정에서 유기적인 협력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 추진은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사업 주요 투자자의 총 자본금 420억원도 전체 사업비 8천400억원에 비해 6.56% 수준에 불과해 전체 사업비 중 90% 이상을 자본조달(PF) 해야 하는 만큼, 사업의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도 위원회가 심의 보류를 결정한 이유다. 6%대 낮은 자기자본율은 외부로부터 자금을 조달하지 못 하면 사업 자체가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이번에 제출한 계획상 예닮글로벌은 사업 2년차인 오는 2021년부터 1천500억원 등 총 6천억원을 타인자본으로 끌어올 예정이다.

다만 사업 자체가 지역 경제와 산업에 줄 파급효과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청라국제도시는 인천국제공항과 매우 근접한 관문에 위치하고 있어 이 사업을 유치하면 관람객 유입으로 인한 직접적인 경제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8천400억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는 신규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청라지역이 국내 영상·문화 도시로 급부상해 인천의 랜드마크 지역으로 재탄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인천경제청이 주관사와 함께 지적사항을 보완해오면 다음 회의에서 재심의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위원회에서 이 사업을 두고 재무적 부분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논의를 했지만 의견을 모으지 못 해 보류 결정했다”며 “더 자세히 논의할 시간도 부족해 다음 일정을 잡고 안건을 심의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승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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