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살 홀로 탈북… 불안했던 10여년
가정 꾸리고 가평서 황태덕장 운영
8년째 탈북민·어르신 돕는 ‘봉사왕’
“두 번째 생명을 얻게 된 대한민국에서 남한 국민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행복입니다”
가평 북면에서 사회적 기업 ‘청정하모니’를 운영하고 있는 김도정 대표(47). 김 대표의 고향은 함경북도 경성군. 탈북민인 김도정 대표는 청정지역인 가평 화악산 자락에 황태(명태)덕장을 운영하며 8년째 소외계층을 돕고 있다. 제2의 인생을 살게 해 준 대한민국에 작게 마나 보답하고 싶은 마음의 실천이다. 김 대표는 2녀 3남 중 둘째로 태어나 21살 때 홀로 중국으로 탈출한다. 탈북 계기는 아버지의 권유. 부자 세습의 행태에 “이 인민공화국은 정말 아니다”며 등을 떠민 것이다. 중국에 도착한 그는 공안(경찰)을 피해 달아나길 반복하며 10여 년을 북송 불안감 속에 살았다. 이후 태국을 거쳐 2007년 꿈에 그리던 자유의 땅 대한민국에 첫발을 디뎠다. 탈북자 교육원인 하나원을 퇴소한 뒤 수원의 한 전자제품조립 회사에 취직했다. 그는 북한식 식당을 운영하고 싶은 마음에 최소한의 생활비를 빼고 악착같이 적금했다. 통장 잔고가 쌓이는 기쁨도 있지만 더 큰 행복이 찾아왔다. 이곳에서 지인의 소개로 만난 한국 남성과 결혼에 골인한 것이다. 현재 김씨 부부는 1남2녀의 단란한 가정을 이루며 행복을 누리고 있다.
김도정씨가 대표로 있는 협동조합 ‘청정하모니’는 황태(명태) 유통 전문이다. 식당을 운영하다 제품을 직접 생산하자는 생각에 고향과 비슷한 여건인 가평을 덕장 사업지로 택했다.
김 대표는 나눔의 삶에도 열정적이다. 외롭고 힘든 시절을 생각하며 탈북민과 지역주민 돕기를 8년째 이어가고 있다. 그는 남한에 내려온 이상 한국 음식에 빨리 적응하고 정 붙이라는 마음을 담아 하나원 교육을 마친 새내기 탈북민을 위해 밑반찬을 만들어 주고 있다. 또 지역 양로원을 정기적으로 찾아 노인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 드리고 그들의 목욕도 돕는다. 그는 “내가 힘들지만 거동 불편하고 기억도 잊어가시는 어르신을 보며 이야기 나누다 보면 오히려 내가 위로받고 힘을 얻는다”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특히 어버이날은 병으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경로당, 복지관을 방문해 전날부터 밤을 꼬박 새워 정성껏 만든 음식을 대접하고 있다. 김 대표는 “북에서 비참하게 죽었어야 할 목숨이 대한민국에 와서 새 생명을 얻었다”며 “죽는 날까지 받은 것만큼 남을 돕고 나누는 삶을 살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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