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에 학업 재도전…경기도 의료계열 전문대학 ‘만학도 전형’ 경쟁률 증가

경기도 내 한 4년제 사회과학대학을 졸업한 C씨(25)는 올해 한 전문대학 물리치료학과에 재입학했다. 졸업 후 전공 살려 취업하기에 실패하면서 진로를 못 찾아 허송세월한 지 어느덧 1년. ‘이제는 취업을 해야겠다’는 마음에 ‘취업 잘되는 학과’로 학업 재도전을 결심한 것이다.

2년 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P씨(30)도 ‘20학번’으로 경기지역 한 응급구조학과에 입학했다. 4년제 문과대학을 졸업한 P씨는 전공을 살리지 못한 채 경기도 내 한 디자인회사 사무직으로 취업했지만, 결국 직장생활 적응에 실패했다. P씨는 “기술을 배워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위해 재입학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해마다 가속화 되는 취업난과 함께 대학 졸업 후 진로를 찾지 못하거나, 직장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학업에 재도전하는 만학도들이 늘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취업이 용이한 보건계열의 입학 경쟁률이 증가하고 있다.

5일 본보가 2020학년도 경기지역 전문대학 의료ㆍ보건계열학과를 중심으로 ‘전문대 이상 졸업자 전형’, ‘재직자 전형’ 등 졸업자, 재직자 전형에서 수시ㆍ정시모집 경쟁률을 분석한 결과, 만학도들의 지원률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남보건대 물리치료학과 ‘대졸자 전형’의 경우 올해 정시모집에서 95대 1을 기록하면서 49대 1을 기록한 지난해 정시모집보다 약 2배 가까이 늘어났다.

간호학과 대졸자 전형 역시 올해 7명 선발에 204명이 지원해 29.1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5년 전인 2015년 간호학과 대졸자 전형 경쟁률인 10.2대 1과 비교해 올 들어 경쟁률이 3배 가까이 높아진 셈이다. 7명 선발에 176명이 지원했던 지난해와 비교해봐도 지원자가 30여명 증가했다. 부천대 간호학과의 수시 1차 모집 ‘일반 전형’ 경쟁률은 지난해 16.5대 1에서 올해 11.9대 1로 떨어졌지만, ‘전문대 졸업 이상 전형’의 경우 지난해 13.8대 1에서 올해 15.5대 1로 상승했다. 일반 수험생들보다 만학도들의 입학 경쟁률이 더욱 치열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와 함께 안산대 간호학과 ‘전문대학졸업자전형’ 경쟁률도 올해 19.5대 1을 기록해 지난해(5대 1) 보다 약 4배 증가했다. 이어 평택국제대, 수원과학대, 수원여대, 용인송담대 등 만학도 지원자가 과거보다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지역 한 전문대 관계자는 “취업난으로 말미암은 현상이 한편으로는 가슴 아프지만,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대학 운영의 위기를 겪는 전문대학에게는 좋은 탈출구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고3 수험생 위주가 아닌 직장인 등 성인 대상의 입학 설명회와 여러 혜택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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