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11시께 인천 중구 영종도 동쪽 갯벌. 인천녹색연합 관계자가 진흙을 10분 가량 퍼내자 30~50㎝ 길이의 파란 플라스틱 통이 모습을 드러냈다. 통 안의 진흙은 까맣게 변해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 파란통을 중심으로 양 옆에 10m 가량의 배관(PVC) 파이프가 놓여있다. 통과 파이프 앞에는 그물망이 길게 늘어서 있다.
칠게가 갯벌을 지나다 배관 파이프 안으로 빠지면 다시 빠져나오지 못하고 통 안으로 들어간다. 몇몇은 그물망에 걸려 빠져 나오지 못하는데, 이 같은 방식의 칠게잡이는 불법이다.
이날 2시간 가량 수거한 불법 어구는 플라스틱통 14개, 배관 파이프 6개, 철 파이프(50m) 1개다. 하지만 모든 어구를 치우기엔 역부족이다. 갯벌에는 여전히 플라스틱 통과 파이프가 묻힌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다.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은 “갯벌에 파묻혀 눈에 보이지 않는 플라스틱 통은 약 500개, 파이프는 3㎞ 가량이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칠게는 갯벌에 구멍을 파 산소를 공급하는 ‘숨구멍’ 역할을 한다. 칠게가 갯벌을 먹고 유기물과 분해하는 과정에서 갯벌은 정화한다. 불법 칠게잡이 어구는 칠게를 싹쓸이 해 생태계를 파괴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과 녹슬어가는 철 때문이다.
불법 칠게잡이 방치어구로 갯벌이 망가지고 있지만 중구청과 지방해양수산청은 서로 책임만 떠넘길 뿐 별다른 대책은 없는 상태다.
앞서 2015년 4~5월 해양수산부(해양환경관리공단)는 인천대교 인근지역인 영종도 남단갯벌에서 칠게잡이어구 41t을 수거했다. 해수부가 어구를 수거한 후 불법 방치어구 단속 및 관리는 중구청이 맡았다. 2017년 동쪽 갯벌에서 방치어구가 다시 포착되자 중구청은 해수부에 방치 어구를 치워달라고 요청했다. 자신들이 관리하기 전 설치한 어구라는 게 이유다. 하지만 해수부는 어구를 설치한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어구 수거를 거절했다. 2015년에 설치한 어구라는 중구청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는 얘기다.
중구청 관계자는 “지난 2015년에 수거했어야 할 방치어구를 뒤늦게 발견해 해수부에 처리를 계속 요청하고 있다”며 “약 1억~1억 2천 정도의 예산이 들어 쉽사리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해수부 관계자는 “해당 불법어구가 2015년에 설치됐다는 것은 중구청의 추정일 뿐”이라며 “관련 법에 따라 불법어구 수거는 중구청이 담당해야 한다”고 했다.
이수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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