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민 품으로…’ 하천·계곡은 아직 멀었다

민선 7기 경기도의 치적은 무엇일까. 도민의 판단에 따라 답변은 다양할 것이다. 어느 한 가지를 대표 치적으로 꼽기엔 무리가 있다. 반면 그 범위를 넓힌다면 몇 개의 실적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중에 분명히 포함될 실적이 있다. 바로 하천ㆍ계곡 정비 사업이다. 수십년간 계속돼온 고질적 불법이었다.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었다. 오죽했으면 ‘하천ㆍ계곡 불법과의 전쟁’이라는 표현이 쓰였겠는가. 그런 하천ㆍ계곡의 불법을 깨끗이 정비했다.

1년여만에 성공적으로 끝나간다고 한다. 경기도가 제시한 통계를 보면 그렇다. 25개 시군 187개 하천에 있던 불법 시설물 1천383곳이 철거됐다. 전체 불법 1천436곳 가운데 96.3%다. 아직 철거되지 않는 곳은 53곳인데, 사람이 거주 중인 곳 50곳과 집행정지명령이 내려진 3곳이다. 7월이 되면 이곳도 철거해 ‘하천ㆍ계곡 불법 100% 정비’를 달성할 것이라고 경기도는 설명한다. 하천감시원과 하천계곡지킴이 등이 불법을 감시해갈 것이라고 한다.

하천ㆍ계곡 정비 사업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 보자. 만일 복원 자체에 있다면 경기도의 주장은 맞다. 도내 하천ㆍ계곡은 자연 상태로 되돌아갔다. 향후 행정력도 현 상태를 유지하는 데 맞춰지면 된다. 그런데 목적을 달리 생각해 보자. 궁극적 목적이 ‘하천ㆍ계곡을 도민 품으로’에 있다면 판단은 달라진다. 사업을 주도한 이재명 도지사는 분명히 그렇게 약속했다. “기대하셔도 좋다. 깨끗해진 계곡을 도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겠다”고 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경기도의 하천ㆍ계곡 정비 사업은 진행형일 뿐이다. 자연을 점거하고 있던 불법을 제거한 단계에 불과하다. 도민이 다가갈 수 있는 수준의 복원은 아니다. 가까운 예로 용인시 고기리 계곡을 보자. 지난해 계곡을 점유하고 있던 불법 시설물 10곳이 철거됐다. 경기도의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자진 철거했다. 정비 사업이 자리 잡은 대표 지역처럼 됐다. 그런데 실상은 다르다. 고기리 계곡 모든 구간에 일반 시민은 접근할 수 없다.

가드레일 등 시가 설치해 놓은 폐쇄 구조물이 여전히 막고 있다. 업소들이 경계를 표한다며 새로 설치한 시설도 시민들의 계곡 접근을 막고 있다. 정비된 공간은 여전히 인접 업소들의 조경공간처럼 독점되고 있다. 이재명 지사는 이런 말도 했었다. “불법이 없어지면 더 많은 도민이 찾아올 수도 있다.” 이러자면 하천ㆍ계곡과 직접 접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구조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완료했다는 하천ㆍ계곡의 상당수가 이렇다.

수십년을 이어오던 하천ㆍ계곡 불법이다. 이를 뿌리뽑으려는 경기도의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 다만, ‘도민의 품으로’라는 당초 목표까지 가려면 아직 멀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하천ㆍ계곡 정비는 절반만 왔다. 불법 영업이 막혔지만, 도민 출입도 막혀 있다. 간단한 시설로도 언제든 불법으로 돌아갈 수 있다. 출입을 막는 각종 공공 구조물을 왜 없애지 않을까. 설치한다고 약속했던 출입용 계단 설치 등에는 왜 미온적일까.

곧 여름이다. 기대 속에 찾아올 도민들이 발 한 번 못 담그고 실망하며 돌아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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