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인격 멸시 수준이다. 인간을 감정 없는 도구로 대하는 것이다. 일자리는 모든 이에게 소중하다.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은 곧 실직이다. 감원을 진심으로 찬성할 노동자는 단 한 명도 없다. 대개의 경우 노조가 들고 일어나 그 생존권을 지킨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직장이 있다. 경기일보가 보도했다. 당사자들이 ‘인력 감축안’ 통과 임무를 수행했다고 한다. 본인이 해고될 기획안에 찬성투표를 받기 위해 집집을 방문했다고 한다.
얼핏 말이 안 될 것 같은 이런 일이 안성의 한 아파트에서 일어났다. 아파트 관리소 측이 경비절감을 위해 경비원 감축안을 마련했다. CCTV 증설 등 보완책이 포함됐다. 이 안건을 주민투표에 부치는 과정에서 사달이 났다. 감축안 통과를 위해서는 일정 세대 이상의 투표가 필요했다. 참여율이 저조할 것을 우려한 관리소 측이 방문 투표 방식을 택했다. 이를 위해 경비원 본인들을 동원했다. 곧 잘릴 당사자들을 동원한 것이다.
경비원들 입장에서 보자. 참담하기 그지없다. 각 세대를 방문해 투표를 받는다. 그 핵심 내용은 ‘경비원 해고’다. 찬성을 표시하는 장면을 눈으로 보게 된다. 더구나 관리소 측은 이 용지를 관리소에서 경비원들이 직접 넣도록 했다. 참 잔인한 지시다. 경비원들을 일반 직장의 노동자로 생각했다면 절대로 할 수 없을 지시다. 뒤늦게나마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를 백지화시켰다지만, 이미 경비원들이 받은 상처까지 치유할 수는 없다.
엊그제 경비원 한 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원인은 역시 경비원에 대한 인격 말살이었다. 한 입주민이 수차례에 걸쳐 폭행과 인격 모독을 했다. 주차 문제가 발단이었다. 이중 주차로 피해를 주장하는 입주민이 가해자였다. 폭행과 폭언이 20여일간 계속됐다고 전해진다. 고통받던 경비원이 끝내 자살을 선택했다. 이 사연은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 있다. 가해자를 엄벌하라는 청원에 동참한 참여자가 9만여명을 넘어서고 있다.
그런데 이러면 뭐하나. 계속 반복되는데도 매번 답이 없다.
‘경비원 갑질’과 ‘경비원 자살’에 대한 분노는 그때뿐이다. 이제는 대응ㆍ대책이 나와야 한다. 사인 간의 계약 관계-입주민과 경비원-라며 언제까지 외면할 수는 없다. 얼마나 많은 경비원이 더 극단적으로 가야 할 것인가. 패륜적 언행에 대한 신상 공개를 제언해 본다. 법 이전에 사회가 가할 수 있는 도덕적 처벌이다. 경비원 노조도 제언한다. 정부와 사회가 함께 조성해야 할 최소한의 권리 보장이다. 단순한 분노는 이제 소용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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