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기지 이전 변곡점, 정치권 철도 노선 연장 카드로 부상

일부 반대지역 여전히 골머리

▲ 도내 한 차량기지. 기사와 관계 없음. 경기일보 DB

경기도 내로 이전이 검토되는 서울시 철도 차량기지들에 대해 도내 지자체들이 소음ㆍ분진을 유발한다며 반대(본보 2019년 2월18일자 1면) 하고 나선 가운데, 총선 이후 철도 연장 공약과 맞물려 무작정 반대보다는 ‘철도 연장’의 기회로 삼는 지자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경기도 지자체와 서울시 간 이해관계가 접점을 이룰지 주목된다.

13일 경기도와 일선 시ㆍ군에 따르면 서울시 철도 차량기지 중에서 경기도 이전을 추진ㆍ검토 중인 곳은 8곳이다. 이는 ▲구로(서울시 구로구) ▲방화(서울시 강서구) ▲신정(서울시 양천구) ▲수색(서울시 마포구) ▲수서(서울시 강남구) ▲신내(서울시 중랑구) ▲이문(서울시 동대문구) ▲창동(서울시 노원구) 등이다.

철도 차량기지란 철도의 주차ㆍ정비 등을 수행하는 거점기지다. 서울시 내 차량기지들은 보통 수십 년 간 지역에 배치, 소음과 비산먼지 등을 발생시키며 인근 주민들의 민원을 일으키고 있다. 아울러 개발 가능성이 큰 자리에서 대규모 면적(15~20만㎡ㆍ축구장 20여 개)을 차지, 지역 발전을 위한 개발 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차량기지 이전을 통한 지역 개발을 1순위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차량기지별 구체적 현황을 보면 방화ㆍ신정기지는 최근 서울시가 ‘2ㆍ5호선 연장 및 신정ㆍ방화기지 이전(김포 혹은 인천) 사전타당성’ 용역을 공고하면서 차량기지 이전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앞서 방화기지 논의에서 서울시는 차량기지와 건설폐기물 처리장을 함께 이동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김포시와 입장이 대치됐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서울시가 건폐장 이전을 별도로 다루자고 하면서 신정기지와의 통합 이전을 언급, 차량기지 이전이 급물살을 탔다. 김포시 입장에서도 5호선 연장이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수서기지는 경기도에서 오히려 적극적이다. 경기도는 수서기지 이전을 통한 3호선 연장(수원ㆍ용인ㆍ성남)을 위해 다음 달 공동 용역까지 발주할 예정이다. 신내기지 역시 이번 총선에서 구리ㆍ남양주 당선자들이 6호선 연장과 연계하겠다고 공약으로 밝힌 바 있다. 창동기지는 남양주 주민 반대로 난항을 겪었으나 4호선 연장을 담보로 2024년 이전 절차를 밟고 있다. 이문기지의 경우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의원들이 공약으로 이전을 주장하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는데, 이문기지가 경기 동북부와 접한 만큼 이전 기지도 도내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모든 차량기지 이전이 도민의 환대를 받는 것은 아니다. 구로기지는 2009년 국토교통부가 광명 이전을 공식 제안했지만 여전히 지역 주민으로부터 반발을 겪고 있다. 5개 역 신설ㆍ차량기지 친환경화 등 광명시민의 요구 사항이 수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색기지도 ‘고양 이전 논의’가 언급된 것만으로 고양시가 공식 반발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불쾌함을 드러냈다. 수색기지가 이전돼도 별도 노선 연장 등 고양시민에 대한 이익은 없을 것으로 예측돼서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차량기지가 예전에는 지역 환경을 해치고 혐오시설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교통환경을 개선하는 철도 노선 연장의 기회로 여겨진다”며 “하지만 지역 주민들 입장에서는 지역의 시너지 효과 및 이익을 따지고 있어 (차량기지 이전을) 쉽게 생각할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여승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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