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역학조사 거짓말, 방역 혼선에 감염 피해 키운다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학원강사 A씨는 9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역학조사 과정에서 학원 강의를 한 사실을 숨긴 채 직업이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 동선도 꾸며댔다. A씨 진술을 수상히 여긴 인천시는 경찰에 휴대전화 위치정보 추적을 요청했고, 환자 진술이 틀린 부분이 많아 재조사를 했다. 그제서야 A씨는 학원 강의와 가정집 개별 과외를 했다고 털어놨다. 확진 판정 3일 뒤인 12일에야 동선과 접촉자가 파악됐다. 그만큼 초기 방역 대처가 늦어졌고 혼선이 빚어졌다.

14일 오전 현재 A씨와 관련된 코로나19 확진자는 모두 13명이다. 중고생 8명과 학부모 등 성인 5명이다. 학생, 학원강사의 잇따른 확진으로 등교 일정에 다시 비상이 걸렸다.

학원강사 A씨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학생들을 가르쳤다. 클럽발 확진자 발생이 공개된 날에도 과외를 했다. 이 과정에서 고3 학생과 학생의 어머니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또 다른 과외학생의 어머니와 다른 과외교사 등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3차 감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한 집단감염이 가족, 지인 등에 2차 전파된 데 이어 클럽 방문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옮아가면서 전파 범위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역학조사때 거짓말을 하면 내 가족과 이웃, 우리 사회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정은경 본부장의 말대로 “코로나19는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큰 피해를 주는 잔인한 바이러스”다. 학원강사 A씨의 행동은 우리 사회 일원으로서 책임감 있는 자세가 아니다. A씨의 거짓말로 접촉자 파악이 늦어진 사이 감염된 학생 2명은 교회에도 갔다. 방역당국은 교회 신도와 학원 수강생 등 약 1천700명을 대상으로 진단검사를 진행 중이다. 1명의 거짓말로 방역에 대혼선이 빚어지고, 시간 지체로 2, 3차 전파로 확산돼 피해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역학조사에 협조하지 않아 방역에 방해를 초래할 경우 엄중한 처벌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역학조사시 거짓 진술이나 고의적으로 동선을 누락하면 감염병 예방법 위반으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인천시는 ‘비슷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법에 따라 고발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씨 같은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엄중한 대응을 하는게 맞다. 다만 확진자들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가 비난과 차별에 대한 우려 때문일 수 있어 온라인 등에서 이른바 ‘낙인찍기’를 자제해야 한다. 방역당국은 불필요한 사생활 침해 방지를 위해 익명검사를 전국으로 확대 시행하고 있다. 이태원 클럽 관련자들은 망설임과 거짓말이 얼마나 큰 위험을 가져올 지 예측하기 어려우므로 자발적으로 신속히 진단검사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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