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모든 공무원에 ‘긴급재난지원금 기부 동참’ 공문 논란

사실상 강제 기부로 전락

인천시가 모든 공무원 및 산하기관 직원에게 긴급재난지원금 기부에 적극 협조해달라는 공문을 보내 강제 기부 논란을 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자발성에 기초를 둔 기부 운동이 강제성을 띈 강제 기부로 변질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방역 최일선에서 근무하는 하위직 공무원까지 공문 발송 대상에 포함해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취지까지 훼손할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14일 시에 따르면 지난 12일 시본청과 10개 군·구, 경제자유구역청·상수도사업본부 등 직속기관과 소방서, 공사·공단, 출자·출연기관 등 모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 자발적 기부 동참 협조’ 공문을 보냈다.

공문은 지난 6일 시 3급 이상 간부 공무원은 코로나19 장기화로 긴급재난지원금 기부 선언식을 한 사실을 언급하며, 시·군·구 공직자와 산하기관 임·직원도 자발적 기부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재난지원금을 기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물론 기부시 세액 공제 등 혜택에 대한 설명도 담았다.

특히 시는 인천보건환경연구원 등 방역 최일선에도 이 같은 공문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보건환경연구원은 인천에서 채취한 검체를 분석, 코로나19 양성·음성을 구분하는 곳으로 지난 1월부터 24시간 비상근무가 이뤄지는 곳이다. 또 중구와 미추홀구, 계양구, 옹진군 등은 코로나19 검체를 채취하는 일선 보건소까지 공문을 다시 내려보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자율성을 띈 기부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공문을 받은 공무원이 기부에 동참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긴급재난지원금을 모두 쓰게 해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취지와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유권홍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문이 일종의 메시지적 성격을 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공문은 공무원에게 기부를 강요하는 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4급 이하 공무원이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닌데, 강원도는 도지사가 나서서 공무원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다 쓰라고 하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성용원 복지국장은 “기부 방식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공문을 보냈을 뿐”이라며 “실제로 기부했는지를 체크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절대 강제는 아니”라고 했다.

김민·이승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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