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발 코로나 선별 진료 후 확진자 의심 등 상처받는 아이들

심리치료 등 지원 전무

인천 102번 확진자에서 시작한 이태원발 코로나19가 유아·청소년들의 정신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주요 동선에 교회·학원 등이 포함되면서 수백명의 아이들이 검체검사를 받았고, ‘확진자가 아니냐’는 의심까지 사고 있지만 이에 대한 심리 지원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17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최근 102번 확진자와 관련해 선별 진료를 받은 유아·청소년 접촉자는 346명이다.

이들은 검사 결과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여전히 심리적 불안을 호소한다.

최근 팔복교회에 다녀와 선별 진료를 받은 A씨(49)는 “아이가 이제 초교2학년인데, 검사를 받은 후 ‘내가 무슨 큰 병에 걸린 것이냐’고 말하며 불안해 했다”며 “게다가 아이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동네 친구들의 부모가 우리 아이와 놀지 말라고 한 것을 전해듣고 충격이 큰 상황”이라고 했다.

같은 교회에 다녀가 검체검사를 받은 B양(16)도 “검사 자체도 무서웠지만, 같은 동네 친구들이 검사 사실을 알면 따돌림을 당할까 두려웠다”며 “검사를 받았다고만 이야기해도 확진자가 아니냐는 반응이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일선 보건소와 인천시 등에서는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혀 없다.

한 보건소 관계자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심리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동감한다”며 “코로나19 대책이 성인·확진자들에 초점을 두다 보니 음성 판정을 받은 아이들에게까지 관심이 미치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심리적 방역’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강승걸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내가 무언가 잘못해서 검사를 한다’라는 생각과 주변의 시선이 합쳐져 아이들이 극도의 공포감을 느낄 수 있다”며 “선별 진료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심적 긴장을 낮출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은실 한맘정서상담연구소장은 “음성 판정을 받는다고 해서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아이들이 이러한 경험을 공유하고 공감하면서 심리적으로 안정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윤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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