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발달 등으로 오프라인 서점이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위기의 상황에서 탈출구를 개척해 나가는 경기도 내 ‘지역서점’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 서점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각자의 아이디어로 손님 몰이에 나서면서, 단순한 서점을 넘어 ‘지역의 명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서점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서점 시장은 온라인이 80% 가까이 점유하고 있다. 나머지 20% 역시 교보문고와 영풍문고 등 대형 서점이 차지하며 동네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소규모 서점들은 자취를 감추다시피 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역서점들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각 지역의 명소로 자리 잡으면서 지역 주민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용인에 있는 지역서점인 ‘생각을 담는 집’은 책만 파는 것이 아니라 독서모임과 북스테이(숙박하면서 책을 읽는 프로그램)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점이 위치한 마을의 어르신들과 주민들의 일생을 엮어 책으로 출판하면서 ‘동네 역사관’ 역할도 자처하고 있다.
임후남 생각을 담는 집 대표는 “단순히 책을 파는 것을 넘어 손님들이 편하게 책을 읽고 치유할 수 있는 안식처를 만들고 싶어 이 같은 서점을 열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서로 공동체를 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등 오프라인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살린 곳도 있다. 용인에 위치한 ‘우주소년’은 북 토크(독서토론)와 재즈나이트(재즈감상 모임) 등 여러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지역의 사랑방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마을 역사와 숨은 명소를 책으로 소개하는 ‘머내여지도’ 펀딩도 추진하며, 지역 발전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수원에 있는 ‘경기서적’은 2대에 걸쳐 명맥을 이어오며 동네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경기서적 천천점의 경우 인근 소아과 병원과 인접해 있다는 특성을 살려 책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문구류를 다수 배치했다. 호매실점에서는 직접 사회적 이슈를 정하고 이에 걸맞은 책을 추천해주는 코너를 마련해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지역서점들은 점점 작아지는 오프라인 서점 시장과 현재의 정부 지원책 등에 대한 아쉬운 소리도 내고 있다. 선국규 경기서적 대표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130개에 달하던 수원 지역서점이 현재 30개밖에 남지 않았다”며 “특별한 대책이 없으면 무수한 노력에도 지역서점이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최근 재난지원금의 발행으로 지역서점에서 책을 사는 사람들이 늘었고, 실제로 현재 매출의 50%가량은 재난지원금”이라며 “이런 사례를 바탕으로 지역서점을 위한 다양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태희ㆍ손원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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