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한 규정 틈타… 매립지에 묻히는 건폐물

인천·경기·서울, 혼합폐기물 16.1% 직매립… 타 시·도 46배
중간처리업체, 소각비용 보다 매립비용 저렴해 이용비율 높아
SL공사 반입기준 무용지물… “벌칙금 등 강력한 규정 세워야”

인천·경기·서울에서 배출하는 혼합건설폐기물(가연성·불연성) 중 16.1%가 수도권매립지에 묻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치는 나머지 전국 14개 시·도 평균이 약 0.35%인 것을 감안하면 무려 46배에 달하는 매우 높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수도권매립지의 건설폐기물 반입규정이 느슨한 탓인 만큼, 환경부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공사)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21일 환경부의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2018년 기준)에 따르면 인천·경기·서울의 혼합건설폐기물에서 직매립이 이뤄지는 비율은 각각 14%, 7%, 34%다. 인천에서는 1일 1천337.6t 중 약 190t을 직매립하며 경기도에서는 1만296.8t 중 약 880.7t을 직매립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1일 4천319.1t의 혼합건설폐기물 중 1천493.5t을 직매립 중이다.

이는 인천·경기·서울을 뺀 나머지 전국 14개 시·도 평균 직매립 비율에 비하면 매우 높다. 전국 14개 시·도는 7천379.6t의 혼합건설폐기물 중 262.5t(0.35%)을 직매립하고 있다.

환경당국과 전문가들은 이 같은 차이가 SL공사 등 공공매립시설 탓이라고 지적한다. 공공매립시설이 사설 매립시설보다 싼 값에 건설폐기물을 반입하면서 중간처리업체가 소각이나 재활용에 소홀, 매립량이 늘었다는 것이다. 환경당국은 공공매립시설의 반입료가 사설보다 약 2~3배 싼 것으로 분석한다.

인천·경기·서울의 건설폐기물 중 수도권매립지에 보내는 것을 제외하면 매립량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더한다. 직매립이 이뤄지는 인천·경기·서울의 건설폐기물 2천599t 중 99%가 넘는 2천576.5t은 수도권매립지에서 매립이 이뤄진다. 사설업체에서는 22.5t만 매립이 이뤄질 뿐이다.

윤하연 인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간처리업체는 폐기물을 소각할지, 매립할지에 대해 가격을 토대로 결정한다”며 “소각 비용보다 매립 비용이 싸다면 아무래도 직매립 비율이 높아지는 경향을 띌 수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SL공사에서 건설폐기물을 반입할 때 가연성 폐기물 함유량, 재활용 가능성 등을 반입기준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SL공사는 ‘수도권매립지 폐기물 반입규정’에서 건설폐기물은 가연성폐기물 함유량이 20~30%면 벌점을 부여하고 30% 이상이면 반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SL공사가 발표한 ‘수도권매립지 통계연보(2018)’에 따르면 건설폐기물 중 가연성폐기물 비율이 약 43%에 달하는 등 반입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또 30% 이상에 대해 반출하도록 한다고 하더라도 유럽 등에 비해서는 기준이 느슨하다.

김희철 산업경제위원장(더불어민주당·연수1)은 “인천의 폐기물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SL공사에서 반입기준을 제대로 세우고 이를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SL공사 관계자는 “통계연보에 나온 수치와 반입기준은 비율을 따지는 기준이 달라서 수치 자체는 다를 수 있다”며 “반입기준을 지키지 않으면 벌칙금을 부과하는 방법 등도 함께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승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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