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유기묘 ‘주안쉼터’ 폐쇄 위기… 80마리 안락사 신세

14년동안 ‘보호센터’ 무상 제공했던
집주인 이달 말까지 이사 요구따라
대체지 물색… 마땅한 곳 없어 막막
市 “개인이 운영… 도와줄 근거 없어”

유기견•유기묘 보호센터인 ‘주안쉼터’가 시설 폐쇄 위기에 놓인 가운데 자원봉사자가 먹이를 주고 있다. 이수민기자
유기견•유기묘 보호센터인 ‘주안쉼터’가 시설 폐쇄 위기에 놓인 가운데 자원봉사자가 먹이를 주고 있다. 이수민기자

“한 번 버려진 아이들인데 사지로까지 내몰수는 없어요. 기어다니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돌보려 합니다.”

인천 미추홀구에서 80여마리의 유기견과 유기묘를 돌보고 있는 김영란씨(62)는 지난 17일 이후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14년 간 운영한 유기견·유기묘 보호센터인 ‘주안쉼터’의 문을 닫아야 하는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불행은 갑자기 찾아왔다. 그간 무상으로 주안쉼터의 부지를 제공한 집주인이 5월 말까지 이사를 요구하면서다. 김씨는 노쇠한 몸을 이끌고 백방으로 새로운 보금자리를 수소문했지만 예산도, 장소도 마땅치 않다. 인터넷 카페를 통해 몇몇 후원자들의 손길이 모였지만, 갈수록 줄어드는 후원금으로는 지금까지 쌓인 적자도 메우기 힘든 상황이다.

당장 김씨가 쉼터를 이끌지 못하면 개 58마리와 고양이 24마리는 갈 곳을 잃고 안락사 위기로 내몰린다.

시와 군·구에서 운영하는 유기동물 보호소의 공고기간은 7일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공고일로부터 10일이 지나면 유기동물의 소유권은 지자체로 넘어가고, 보호시설의 한계 등으로 결국 대부분 유기동물은 안락사한다. 김씨가 14년동안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사설보호소를 운영하는 건 최악의 사태인 유기동물의 안락사를 막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주안쉼터는 마당이 딸린 2층짜리 단독주택으로, 1층의 부엌과 거실은 주로 중대형견이 생활한다. 2층 복도와 다락방에는 주로 소형견이나 나이가 든 개들이 살고 있다. 김씨는 검은색 치와와 동이(2살,수컷)를 유달리 아픈 손가락으로 꼽았다. 김씨는 “동이가 주인에게 맞아서 한쪽 눈을 크게 다친 채 백령도에 버려졌다”며 “주안쉼터로 오는 동물들 모두 각자의 상처와 사연을 품고 온다”고 했다.

소식을 듣고 입양을 위해 온 최은주씨(37)는 “인터넷 카페 회원들도 맘카페, SNS로 주안쉼터의 소식을 공유하고 있지만 후원금이 많이 모이지 않아 안타깝다”며 “이미 키우고 있는 개가 있어 더 많은 개를 데려가지 못해 슬프다”고 했다.

자원봉사자 곽혜영씨(51)는 “주안쉼터에서는 개들이 마당에 나와 놀 수 있고, 민원도 다른 곳에 비해 적다”며 “동물병원도 가까워 60대 소장님이 다니기도 편한데 이만한 공간을 구할 수 있을까 걱정이 든다”고 했다.

시에서는 사정은 안타깝지만, 뾰족하게 도울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라 도와줄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면서도 “서울이나 경기는 조례로 편성해 예산사업을 하는 경우가 있어 우리도 관련 제도 마련을 위해 노력해보겠다”고 했다.

이수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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