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물류창고 화재’ 한 달째… 잊혀가는 참사의 상흔

38명이 사망한 이천 물류창고 화재 발생 약 한달째인 28일 오후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합동분향소가 일부 유가족과 자원봉사자만이 자리를 지킬 뿐썰렁하다. 이번 화재 참사 처리가 지지부진 하면서 장례도 치르지 못한 유가족들은 29일 서울에서 대책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윤원규기자
38명이 사망한 이천 물류창고 화재 발생 약 한달째인 28일 오후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합동분향소가 일부 유가족과 자원봉사자만이 자리를 지킬 뿐썰렁하다. 이번 화재 참사 처리가 지지부진 하면서 장례도 치르지 못한 유가족들은 29일 서울에서 대책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윤원규기자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째를 맞았지만 여전히 화재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고 가연성 건축자재(경기일보 5일자 1면)에 대한 제도적 개선도 논의에만 그치고 있다. 이에 유가족들은 비참한 심정을 토로하며 정부의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8일 오후 2시께 찾은 이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의 합동분향소는 찾는 이 하나 없이 쓸쓸한 모습이었다. 적막한 분위기 속 몇몇 봉사자들만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망자들의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유가족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이천 모가면의 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서 불이 나 38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로부터 한 달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날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다방면으로 수사를 진행 중이나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사항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지금까지 불이 난 원인으로 가장 큰 무게가 실리는 것은 우레탄폼 작업 중 발생한 유증기와 용접 불꽃이 만나 발화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우레탄폼을 비롯한 샌드위치 패널 등의 가연성 건축자재는 대형 화재 때마다 참사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정부는 지난 8일 가연성 건축자재 관련 규제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20여일이 지나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어 이번에도 흐지부지 지나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논의에만 그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는 절대 사실이 아니고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계획 역시 절대 변함이 없다”며 “자재의 종류가 매우 다양한 탓에 전문가를 통한 기술적 고려 등으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외에도 하도급 업체에 위험을 전가하는 ‘위험의 외주화’ 및 시공사의 불법ㆍ부당 지시에 대한 대책도 감감무소식이다. 노동계가 수년간 요구했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은 이번 국회에서 논의조차 없이 폐기됐다.

이처럼 화재의 진상 규명과 대책 마련이 기약 없이 늦어지면서 유가족들은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희생자들의 시신은 냉동 영안실 부족 등으로 부패가 시작돼 일부를 제외한 30여명의 시신에 대해 입관 및 화장 절차까지만 진행된 상태다.

박종필 유가족대책위원회 대표는 “이번 참사가 점점 사회적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는데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에 분노한다”며 “같은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또 다른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의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이천 물류창고 화재 유가족 일동은 29일 청와대 분수대 앞, 한익스프레스 본사 등을 찾아 화재 책임자의 처벌 및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김정오ㆍ장희준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