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벗어나 ‘농부’라는 같은 꿈을 갖고 귀농한 경기도 내 2030 청년부부들이 실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이들은 병해충, 폐사와 같은 예기치 못한 시련에도 좌절하지 않으며, 위기를 발판삼아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등 어엿한 농부로 한 움큼씩 성장하고 있다.
4일 찾은 양평군 단월면 ‘핀다아쿠아포닉스’는 귀농 1년 차인 박창섭(30)ㆍ김지연(28) 부부가 운영하는 이색적인 농장이다. 340㎡ 규모의 비닐하우스에는 장어 1만5천마리와 징거미새우 5천마리, 10품종이 넘는 엽채류가 자라고 있다. 이 농장은 장어에서 나오는 배설물을 채소의 영양분으로 공급하는 ‘아쿠아포닉스’ 농작법을 도입했다. 친환경 농작법으로 농약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농법인 만큼 이들 부부에게 시련은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보통의 ‘아쿠아포닉스’ 농작법에서 양식되는 붕어나 메기와 달리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장어는 특성상 수질에 민감해 수온이나 산소가 조금만 달라져도 금방 폐사하기 때문이다.
이에 부부는 대부분 시간을 양식장에서 보내며 장어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고, 작물의 병해충을 예방하고자 천적 벌레를 들이는 등 수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농장 안정화에 성공했다. 특히 이들은 새로운 도전을 위해 망고와 바나나 등 아열대작물 재배를 연구 중이며, ‘아쿠아포닉스’ 농작법을 알리기 위해 예비 농부를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박창섭씨는 “20대라는 어린 나이에 농사일을 시작해 어려움이 많았지만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위기를 기회 삼아 극복해 나가고 있다”라며 “아직은 부족하지만, 우리 부부의 노하우를 공유해 예비 청년 농부들의 귀농을 도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남양주시 별내면 ‘도담농원’의 양인동(37)ㆍ지은정(35) 부부 역시 오뚝이 정신으로 여러 고비를 극복하며 청년 농부로서의 성공기를 그려나가고 있다. 11년 부부생활의 절반을 농촌에서 보낸 부부는 실패를 달고 살았다. 처음 시작한 식용달팽이농원은 집단 폐사와 비좁은 장소 여건 등으로 3년 만에 문을 닫았고 새롭게 시작한 배, 블루베리 농사도 잦은 냉해와 병해충으로 수확한 농작물의 90% 이상을 폐기해야 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은 부부는 이후 병해충에 강하면서도 당도와 산도가 높은 신품종(그린시스, 조인스킨 등) 배를 도입해 도전을 이어갔고, 수확한 배를 직접 착즙해 2차 가공품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부단한 노력 끝에 부부는 지난해 한국식품안전관리진흥원에서 식품 위생을 보장하는 ‘HACCP’ 인증을, 올해 1월에는 경기도지사가 인증하는 ‘g마크’를 획득해 도내 1천400여개 학교에 납품할 기회도 얻게 됐다.
지은정씨는 “처음 귀농을 시작한 달팽이농원에서 많은 실패를 겪었지만, 그 경험이 자양분이 된 것 같다”라며 “안전하고 품질 좋은 가공품을 생산해 미래 농업을 선도하는 청년 농부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손원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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